2004년 영화 '욕망'을 통해 '남편의 동성 애인과의 열애'라는 평범하지 않은 소재를 다뤘던 김응수 감독이 2년 만에 차기작을 들고 관객을 찾아간다.

권태기 부부의 이혼과 재회 과정을 통해 남녀의 심리 저변을 파고든 '달려라 장미'(제작 김응수 필름)가 그것. 전작의 무게를 덜어내고 일상에서 접하기 쉬운 부부문제를 소재로 끌어와 코믹 터치로 풀었다. 그렇지만 인간 내면에 대한 성찰은 그대로다.

강남대(김태훈 분)와 장영미(최반야)는 결혼 2년차 부부. 신혼의 달콤함은 어디 가고 이들에게도 이제 '권태'라는 단어가 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 들어와 있다. 섹스도 심드렁하기는 마찬가지.

결혼 2주년을 하루 앞둔 날, 영미는 남편에게 연애시절 처음 잠자리를 함께 했던 여관에서 하룻밤을 보내자고 제안한다. 그곳에 가면 처녀, 총각 시절 짜릿했던 느낌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믿음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그러나 영미의 바람은 이미 부부라는 끈으로 묶여 평범한 일상을 공유하는 이들에게는 실현 불가능한 것이 돼 버린 지 오래다. 결혼 2주년이 되는 날, 영미는 남편에게 이혼하겠다는 쪽지만을 남기고 집을 떠난다.

그리고 2년이 흐른 어느날 영미와 남대는 재회한다. 영미는 처녀시절 꿈이었던 교사가 돼 있고 남대 역시 오랜 꿈이었던 영화감독이 돼 데뷔작을 준비 중이다. 아직도 가슴 저 밑바닥에 서로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는 두 사람은 잦은 다툼 속에서도 헤어짐 없이 꼬박 하루를 같이 보낸다.

영화는 영미와 남대의 이혼 전날과 이혼한 뒤 2년 만에 만나 함께 보낸 하루 등 이틀 간의 시간을 중심으로 짜였다. 감독은 이 시간 속에 권태에 빠진 이유조차 모른 채 이혼을 선택한 남녀의 모습과, 다시 만났지만 어떻게 관계를 풀어야 할지 모른 채 허둥대는 모습 등을 함께 담아냈다.

영화는 예상치 못한 엉뚱한 대답이나, 행동 등을 통해 웃음을 만들어낸다. 기혼 관객에게는 일정 부분 공감대를 이끌어 낼 만한 내용도 담고 있다. 그렇지만 감독의 의도는 공감하기 어려운 극중 인물의 행동 등으로 자꾸만 길을 잃는다. '달려라 장미'를 통해 영화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김태훈의 헌신적인 연기를 보는 것이 위안이 될 뿐이다. 2월10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