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이 북구에 위치하여 집에서 북부순환도로를 이용하여 승용차로 출근한다. 지난주는 출근길이 수월했는데 아마 많은 사업장이 휴가에 접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언뜻 접한 소식에 의하면 현대자동차 근로자들은 이번 휴가동안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특근을 했다고 한다. 연이은 대낮 폭염에 지친 몸을 일년에 한번뿐인 휴가로 재충전하지 않고 작업현장에서 보냈다고 생각하니 사무실에서 일하는 우리들은 그저 대단하다고 생각할 따름이다.

 특근을 하기로 결심한 근로자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들이 있겠지만 조금이나마 돈을 더 벌겠다는 것이 휴가를 반납한 요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울산은 전국 제1의 생산도시로 국가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매우 높다. 그 결과 1인당 지역내 총생산도 매년 전국 최고로 발표된다. 울산시민들은 이점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고 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문제는 이런 생산도시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살 의욕을 꺾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부동산(특히 아파트) 투자 붐이 일어나 너도나도 아파트 분양에 뛰어들고 있다고 한다. 특히 서울 강남에 사는 사람들은 불로소득(물론 요즘에는 그렇게 부르지 않고 고상하게 자산이득 혹은 자본이득이라 말하지만) 올리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가격 담합 행위를 거침없이 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요즘 들어 열리지도 않는 반상회가 그렇게 자주 열린다는 것이다. 서울사람들이 언제부터 열린 마음을 갖고 이웃과 모이는 지는 몰라도 그때마다 아파트 가격이 몇 백, 몇 천만 원씩 오른다고 한다.

 국민은행에서 조사하는 주택가격지수를 보면 이 같은 사실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지난 6월 서울 아파트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여 31퍼센트(강남지역은 36퍼센트) 가까이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을 제외한 6대 도시는 평균 21퍼센트, 울산은 16퍼센트가 높아졌다. 이들 도시 가운데 울산과 광주의 상승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가격 상승률이 다른 대도시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원론적으로 보면 아파트 상품에 대한 수요가 공급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일 것이다. 수요가 많은 이유는 서울이라는 좁은 땅덩어리에 너무 많은 사람과 부가 모여 있기 때문이다. 총국부 중 서울이 차지하는 비중은 파악할 수 없지만 매년 창출되는 소득이 이 지역에 얼마만큼 집중되고 있는 지는 지역별 주민소득으로 알 수 있다. 최근 연구원에서 추정한 도시별 주민소득에 의하면, 2000년 서울의 주민 1인당 소득을 100이라고 할 때 나머지 6대 도시는 3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6대 도시간에도 차이가 존재하지만 서울과 지방 차이만큼 크지는 않았다.

 서울과 지방간에 주민소득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직업측면에서 고소득을 보장하는 일자리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클린턴 정부에서 노동부장관을 역임하고 이라는 저작으로 유명한 라이히(Robert B. Reich)가 한 직업분류에서 상징분석가(symbolic analysts)는 서울에, 일반근로자(routine producers)는 지방에 주로 살고 있는 것이다. 산업측면에서는 전통산업이 주력산업인 지방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경제기반이 무너진 반면 서울은 중앙정부가 대대적으로 펼친 벤처육성정책을 계기로 큰 이득을 보아 그 격차는 더욱 확대되는 추세이다. 중앙정부도 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전국 단위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 즉 서울에 자원을 집중시키는 불균형성장론을 공공연히 주창하고 있다.

 경제에서 지역간 불균형 문제는 인력, 교육, 언론, 금융, 문화 등 전 분야에서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전국의 지방대학 총장들이 앞장서 "지방대학 육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주창한 것도 심각한 지역간 불균형의 결과로서 나타난 현상이다.

 신자유주의가 득세하고 시장과 효율이 국가 단위 의사결정에서 핵심기준이 될 수밖에 없는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지금과 같이 지역간 불균형 성장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경우 그 한계는 분명해 보인다. 아무튼 휴가를 반납하고 작업장에서 열대야를 이기고 있는 근로자들을 생각할 때 사무실에서 여름을 보내고 있는 우리가 할 일은 실질적인 지방분권이 달성되도록 묘안을 강구하는 일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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