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열여덟 살인 A군(울산시 중구)은 올해 처음 양사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정신지체 1급이면서 간질증세 등 중복장애가 겹쳐 거동이 자유롭지 못한 A군은 마땅한 특수교육 시설이 없어 10년동안 입학을 미뤄오다가 강북교육청관내 양사초등학교에 순회학급이 개설되면서 특수교육 혜택을 받게 된 것이다.

A군은 적응기간을 거쳐 3월말부터 일주일에 3일씩 특수교사 방문수업과 치료교사 1회 방문, 토요일 순회반교육 혜택을 받는다.

A군은 비장애인보다 10년이나 늦게 수혜를 받게됐지만 아직도 장애아동 현황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통계가 마련되지 않아 사각지대에 방치된 장애아동들이 상당수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신지체장애아동의 경우 태연학교가 있기는 하지만 학생수가 한정돼 있는데다 원거리 통학을 해야하는 어려움 때문에 경제적 뒷받침이 되지 않을 경우 가정에서 방치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울산지역 장애아동들 가운데 초·중·고등학교에 등록된 장애학생수는 1천33명. 사회적 편견의 벽을 감당하지 못해 아예 진학을 포기한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장애아동들만도 대략 880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아예 통계에도 잡히지 않은 장애학생들도 200명 가량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국회에 제출된 특수교육 연차보고서에 나타난 울산지역 특수교육 수혜율은 49%대. 2명 가운데 1명꼴은 아예 학교에 다닐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김옥진 장애인학부모회장은 "교육청과 행정에서 장애인 학생들에 대한 조사와 통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장애아동들 가운데 절반 가량은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장애아동을 아예 세상에 내놓지 않으려는 학부모들도 상당수에 이르기 때문에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울산지역 초·중·고등학교에 운영되고 있는 특수학급 수는 지난해말 79개 학급에서 올해 16개 학급이 늘어나 총 95개 학급에 이른다. 통합교육과 특수교육을 병행하기 때문에 원반(배정된 학급)에 소속돼 하루 2~3시간 수업을 받은 뒤 다시 특수학급으로 편성돼 특수교육을 받고 있다.

장애가 심해 거동이 불편한 장애아동들을 위해 운영중인 순회학급은 울산지역 통틀어 3개 학급에 불과하다. 2000년부터 운영중인 강남초등학교 순회학급과 반천초등학교 순회학급(2003년)에다 올해 처음 개설된 양사초등학교 순회학급이 고작이다.

특수교육이 필요한 장애아동(수요)에 비해 특수교육 여건(공급)이 크게 모자라는 형편이다.

사회적 편견에다 이처럼 공립 특수교육 여건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장애학생 학부모들은 아예 교육을 포기한채 세상으로 나가는 문을 닫아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특수교육의 필요성은 부연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실제 특정 기억력은 뛰어난 반면 사회성이 크게 떨어지는 '아스퍼그 장애'를 앓고 있는 한 장애아동의 경우 다소 극성스러울 정도인 학부모의 10년간 노력과 특수학급의 꾸준한 교육으로 큰 장애없이 고등학교에 재학중이다.

김영실 양사초등 특수교사는 "특수교육을 통해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무작정 방치될 경우엔 회복에 대한 기대는 거의 제로에 가까워진다"며 "장애아동들을 위한 여건 개선과 함께 이들이 세상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사회적 편견의 벽이 해소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석복기자 csb736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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