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양은 울산 서쪽의 내륙에 위치한다. 언양이라는 이름은 고헌산과 깊은 관계가 있다. 한문표기 지명에서 "양"(陽)은 산의 남쪽(예, 한양=한산의 남쪽), 또는 강의 북쪽(한양=한강의 북쪽)을 뜻한다. 언양의 옛 이름 "헌양"은 고헌산 남쪽을 뜻한다. 고헌산은 본래 언양고을의 진산(鎭山)으로서 그 뜻은 큰 산을 나타낸다. 고헌산의 옛말은 "고언산", "고언뫼"였고, 고헌산이 높은 봉우리란 뜻을 가지고 있어서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이 산을 숭산, 성스러운 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산정에는 용샘이 있어 오랜 가뭄을 당하여서는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 한편 고헌산 북쪽의 경주시 산내면(山內面) 사람들은 언양의 고헌산을 "고함산"이라 부르는데, 그 연유는 다음에서 유래한다.

 산내면에 있는 문복산(文福山)은 위에서 아래로 드리워져 있다하여 "디린바우"라 부르는 층암으로 된 큰 바위가 있고,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이라 석이버섯이 돌 틈에 많이 붙어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이 디린바위에는 예부터 삼태기만한 지네와 솥뚜껑만한 거미가 살고 있어 사람들이 근접하기를 꺼려했다.

 언젠가 남의 집 머슴으로 있는 용감한 젊은이 하나가 디린바위의 석이(石耳)버섯이 몹시 먹고 싶어서 튼튼한 밧줄을 매어 드리우고 바위를 타고 내려가 석이를 따고 있었다. 버섯을 따느라 정신이 팔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잊고 있었다. 디린바위 남쪽 멀리 고헌산에서 나뭇짐을 지고 내려오던 사람이 문복산 쪽을 바라보니 바위를 타고 석이를 따고 있는 사람이 보이고 그 위에서 매달린 밧줄을 큰 거미가 물어뜯고 있었다. 만약 그 줄이 끊어지는 날에는 그 청년은 높은 벼랑위에서 까마득한 아래로 떨어져 죽고 말 위기의 순간이었다.

 나뭇꾼은 벌떡 일어나서 온 힘을 다 해 목이 터지게 "보소, 버섯 따는 사람아, 거미가 줄을 끊으려고 한다"라고 고함을 질렀다. 처음에 못 듣는 것 같은 청년도 이 쪽에서 고래고래 소리지르자 반응을 보였다. 이에 나뭇꾼은 다시 위쪽을 가르키며 거미가 밧줄을 끊으려한다고 크게 알렸고 놀란 청년은 급히 몸을 피하여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이 뒤로 산내면 사람들은 고헌산을 고함산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고헌산의 나뭇꾼이 위기에 직면한 청년을 보고, 어떻게 되어가나 두고 보자 라고 하는 몰인정한 방관자적 자세를 취하지 않고, 목이 터져라 고함쳐 위험경고를 보내므로 청년의 목숨을 구한 것은 매우 고귀한 일이다. 언양의 진산 고헌산을 경주의 산내면 사람들이 굳이 고함산으로 부르는 이면에는 산내면 사람의 목숨을 건져 준 언양사람에 대한 애틋한 고마움이 담겨있다.

 고헌산을 바라보노라면 힘껏 고함질러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려낼 수 있는 길이 또 없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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