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재보선 투표일이다. 서울 종로와 영등포을 등 전국 13개 지역이 그 대상이다. 연말 대선까지를 염두에 둔 여야의 정치공방이 뜨거웠지만 여름 휴가철에 전국에 게릴라성 호우가 내리는 궂은 날씨까지 겹쳐 투표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은 대선 향배를 가늠할 ‘미니 총선’으로 보고 ‘부패정권 청산론’이니 ‘5대 의혹론’이니 유권자들의 시선을 끌기에 안간힘이지만 상대적으로 유권자들의 반응은 차갑기 이를데 없다.

 13개 지역 선거라고는 하지만 이번 재보선의 의미는 결코 작지않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지난 6.13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 재보선에서도 압승을 거둘 경우 이른바 이회창 대세론을 공고화하고 대선승리에 바짝 다가서게 된다. 특히 최근 다시 불거진 이 후보의 병역관련 비리의혹을 둘러싼 여야의 ‘병풍(兵風)’공방에 대한 유권자들의 면역성도 가늠해볼 좋은 계기다. 이와함께 9곳 이상에서 승리할 경우 국회에서 과반인 137석 이상을 확보함으로써 국회를 확실히 장악할 수 있게 된다. 민주당으로서도 이번 재보선이 당의 진로에 갈림길이 된다. 열세는 일찌감치 예상되어 왔지만 상대적으로 선전할 경우 노무현 후보가 좀 더 유리한 입장에서 신당창당 등의 변화에 대처해나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여야의 격돌은 역으로 유권자들의 정치불신과 혐오를 더욱 부추긴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공방의 소재들이 이미 재탕삼탕 됐던 것인데다 그 험악성이 절로 고개를 돌리게 하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유권자들의 투표참여는 소중하다 할 것이다. 낮은 투표율은 그 자체로서 대표성의 문제를 가져와 진정한 민의의 확인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또다른 부작용을 가져올수 있다. 그보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더 큰 문제점은 정치권이 일부만의 투표결과를 전체 민의인 것처럼 제멋대로 해석,정치상황을 더욱 혼란스럽게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유권자들의 정치혐오가 정치권의 혼탁상을 연장시키고 부채질하는 악순환을 가져온다는 얘기다. 후텁지근하고 비내리는 궂은 날씨지만 자신의 한표가 가진 정치적 의미를 새기며 투표장을 찾는 성의를 보여주길 13개 지역 유권자들에게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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