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라는 영화 '말아톤'의 형진이나 '어머니 전상서' 같은 드라마나 주말 오락 TV프로그램의 소재가 되었던 수영선수 '진호 이야기'로 꽤 알려졌다.

발달장애라는 의미를 평이한 생활언어로 풀이해보면 발달영역(신체, 지능, 언어, 사회성, 정서 ,대인관계, 의사소통 등)이 또래 아동의 평균적인 발달이정표와 비교하여 현저히 이탈된 발달과정을 겪고 있다는 의미와 전(全)생애적인 발달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발달과 사회적응에 어려움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부모가 자녀의 발달 장애상태를 알게 되면서 대부분이 겪는 정서변화는 한탄-분노-낙담-수용의 단계를 거친다. 한 번의 과정으로 모든 정서변화가 끝난다기 보다는 위기가 발생할 때나 한 단계 발전적인 가족관계로 발전할 때 초기의 단계로 돌아가는 일이 반복된다. 특히 장애아동이 학년이 바뀌는 새학기가 되면 '아동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까?'라는 걱정으로 더욱 우울해지기 마련이다.

새학기를 맞은 한 장애아동 어머니의 고단한 하루를 따라가 보자. △8시50분 집 인근 초등학교에 특수학급이 없어 승용차로 10분 거리의 초등학교로 등교, △신학기의 학급적응을 잘 하는지에 대한 걱정으로 교문앞이나 복도에서 한나절을 보내고 1시30분 하교, △다시 승용차로 언어치료/놀이치료/그룹행동치료를 위해 사설 치료실을 방문 한 두 시간을 보내고 나면 3시30분, △간단한 간식을 먹이고 피아노 학원과 태권도 학원에 격일로 보내고(4시), △수영장으로 이동하여 개인레슨으로 수영을 시키고 6시30분 집으로 돌아온다. △집안일과 나머지 가족들의 식사 등을 마치고 나면 8시가 된다. △학습진도를 따라가기 위해 장애아동과 고강도 일대일 학습지도와 학교숙제로 저녁시간을 모두 보낸다. 오후 10시가 되어서야 비로소 아이에게서 벗어난다.

비장애아동이라도 하루종일 부모가 손발이 되어주는 것이 마찬가지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같은 손발이 되어 주면서도 발달장애 아동 부모가 느끼는 절망감과 놓칠 수 없는 작은 희망 사이를 왕래하는 어머니들의 심리적 고통은 비할 바가 못 된다.

뿐만 아니라 가장의 수입의 상당부분은 장애아동의 치료교육비로 지출해야 하고 상대적으로 다른 자녀에겐 소홀할 수밖에 없으며 자신의 사생활은 물론이고 부부생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주변에 장애아동이 많은 만큼 그 뒤엔 더 아픈 장애아동 어머니와 그 가족이 있음을 잊지 말자. 발달장애는 속수무책이 아니라 단지 발달 속도가 늦고 지속적인 배려가 필요할 뿐이라는 사회적 인식변화와 가족에 대한 치료교육비 지원이나 현실적인 교육시설확충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조석문 예일아동상담치료센터 소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