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비로 인해 여름휴가가 일찌감치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벌써 휴가를 끝내버리기에는 왠지 서운하다. 가까운 계곡이라도 찾아가 남은 여름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어쩌면 멀리 차를 타고 몇 시간이 걸려서 어렵게 찾아간 계곡에서 한두시간 놀다가 돌아오는 것보다 훨씬 실속 있는 피서가 될 수도 있다. 울산 근교에도 나즈막한 산을 끼고 있는 풍성한 계곡이 적지 않다. 계곡은 우선 수량이 풍부해야하고 적당한 그늘이 있어야 한다. 또 "풍덩" 다이빙을 해도 좋을 만큼 깊은 소와 담을 갖추고 있다면 더욱 좋다. 그동안 근교 산행을 하면서 눈여겨 보아둔 계곡 4곳을 소개한다.

 

 #대운산 계곡

 대운산은 계곡을 빼면 그 가치가 반감하는 산이다. 수려한 소와 폭포를 품은 계곡이 빼어난 산이다. 넓은 반석 위로 투명한 물이 유리처럼 흘러 떨어지는 장면은 대운산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운산의 계곡이 시작되는 지점은 주차장에서 10여분 걸어가다 왼쪽에 있는 애기소라 할 수 있다. 애기소 밑 부분에도 계곡은 있지만 산행객들은 여기서부터 계곡을 직접 접할 수 있다. 짙푸른 물이 10여평의 호에 깊숙히 담겨져 있는 애기소는 바라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계곡을 따라 곧장 올라가면 넓은 반석들이 옛집의 대청마루처럼 깔려 있고 그 위로 맑은 물이 넘실거린다.

 산행길과 평행하게 나 있는 계곡을 따라 30여분 가다 보면 산행길이 대운산 주봉(제3봉)으로 갈라지는 지점이 나온다. 곧장 가면 만보등산로를 통해 장안사로 넘어가는 길이고 오른쪽 주봉 방면으로 오르면 도통골이라는 또다른 계곡이 나온다. 만보등산로 방면 계곡이 비교적 넓은 주 계곡이라면 대운산 도통골은 지선이라 할 수 있다. 주봉으로 올라가는 계곡은 비교적 경사가 있기 때문에 작은 웅덩이들은 더 많다.

 대운산의 또다른 계곡은 출발지점인 주차장에서 오른쪽 내원암으로 올라가는 쪽에 있다. 시멘트 포장도로인 내원암행 산길에서 내려다 보면 저 아래쪽에 계곡이 하얀 물결을 일으키면서 흘러가고 있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한여름 뙤약볕을 피하고 더위를 식히는데는 충분하다.

 대운산에 계곡이 특별히 발달해 있는 것은 대운산 주봉을 중심으로 산세가 부채살같이 펴져 빗물을 골짜기로 끌어 모으기 때문이다.

 #간월산 계곡

 등억온천단지를 지나 간월산 등산로 입구에 서면 벌써 계곡에 물 흘러가는 소리가 시원하게 들린다. 영남알프스 산군인 간월산과 신불산의 고지대에서 흘러내린 물이 간월산 주차장에서는 거의 폭포를 이룬다.

 주차장은 출발해 등산로로 접어들면 오른쪽 계곡이 계속 따라오면서 물소리를 들려준다. 등산로 아무 데서나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계곡에 들어서게 된다. 이 계곡은 반석 보다는 둥근 바위로 이뤄져 있다. 때문에 물소리도 더 크고 조그만 폭포들도 많다.

 등산로를 따라 15분 정도 올라가면 조그만 구름다리가 나오고 그 밑으로 조금 전의 본 계곡에 합류하려는 물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쁘게 흘러가고 있다.

 구름다리에서 다시 10분 정도. 등산로에서 왼쪽으로 난 오솔길로 들어가면 33m 높이의 벼랑을 타고 장쾌하게 쏟어지는 홍류폭포를 만날 수 있다. 무지개 빛깔로 떨어진다 하여 홍류(虹流)폭포라 이름지어졌다. 물이 많을 때는 폭포 앞에 서 있기만 해도 서늘한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릴 정도다.

 폭포에서 흘러내린 물이 계곡을 따라 내려와 마침내 작천정 앞에서 빼어난 암반을 가진 작괘천을 이룬다.

 #학심이골

 가지산 후면에 깊이 들어가 있는 숨겨진 비경이다. 학소대 폭포가 있고 그 계곡이 소와 폭포를 이루면서 길게 청도 운문사쪽으로 이어진다. 대신 이 곳에 가기 위해서는 약간의 등산을 해야한다.

 운문재에서 쌀바위 쪽으로 1시간 가량 가다 귀바위를 만나 가지산 후면으로 다시 1시간 정도 내려오면 학소대 폭포가 나온다.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곳이어서 물이 맑고 차다. 계곡에 들어서는 순간 차갑게 느껴지는 공기 피부에 와닿고 물을 보면 마시고 싶다. 경사가 있기 때문에 작은 소와 폭포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돌아나올 때도 역시 등산을 해야 한다. 학소대에서 1시간 가량 내려와 심심계곡으로 1시간 이상 올라 아랫재를 거쳐 밀양 남명리로 나와야 한다. 출발지점과 돌아나오는 지점이 다르기 때문에 차편에 유의해야 한다.

 #구만계곡

 구만계곡은 둥근 바위로 이뤄진 넓은 하천이 구만폭포까지 이어진 천혜의 계곡이다. 바위틈으로 물이 흘러내리는 장관은 보기만 해도 가슴 후련하다.

 울산에서 밀양으로 가다 밀양산내초등학교에서 우회전해 들어가면 작은 마을이 나오고 이 마을 통과해 계곡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빈터가 나온다. 계곡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구만산은 전형적인 계곡등산로이기 때문에 구만폭포까지 가는 데는 수도 없이 계곡을 이쪽저쪽으로 가로질러야 한다. 콸콸 쏟아지는 물속에 잠시 몸을 담궈도 무방하다. 계곡 입구에서 구만폭포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 30분 정도. 가파른 오르막이 아닌 계곡이기 때문에 여름철 산행지로는 가장 적당하다.

 물이 많은 때는 구만폭포에 아름답게 핀 무지개를 볼 수 있는 행운도 기대해봄직 하다. 산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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