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들어서 또 하나의 이른바 대박을 터트린 영화 가 등장해서 한국 영화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영화제작 스타일을 크게 벗어난 [집으로]라는 영화가 이미 관객 300만 이상을 동원했다고 한다. 아마도 우리 문화의 현주소에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찾았을 것이다.

 내용인즉, 오래 전에 가출해서 도시로 나간 딸이 소식도 없다가, 자기 형편이 어려우니 천방지축의 손자를 달고 오지의 고향으로 찾아와 혼자 살고 있는 노모에게 맡겨놓고 떠난 후에 일어난 이야기이다. 세대간의 차이뿐만 아니라, 농촌과 도시의 생활양식의 차이가 갖가지의 흥미진진한 이야기꺼리를 만들어낸다.

 이 영화에서 필자는 현대 한국 문화에서 부모의 위치를 읽어내고 싶다. 딸은 자신의 형편이 어려우니 결국 고향의 노모에게 찾아와 큰짐을 맡긴다. 그리고 노모는 그 짐을 맡아주는 것이 자식에 대한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하면서 불평 한마디 없이 이를 감수한다. 사실 우리는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에서 효도 라는 말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지만, 부모의 도리 라는 이름으로 자식들에게 제공하는 갖가지의 도움에 대해서는 아예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면서 별로 주목하지 않았다. 우선 자식을 키워주고, 공부시켜 주고, 결혼시켜주는 것까지 모두 부모의 도리로 간주된다. 뿐만이 아니다. 결혼해서 분가해나간 자식들의 경우에도 에프터 서비스는 끊임없이 계속된다. 혹시라도 자식이 번듯하게 살지 못하는 경우에 경제적인 지원을 하는 것도 부모의 도리로 간주되고, 식료품이나 지방 토산품을 도시의 자식들 집으로 보내주는 것도 부모의 정 의 표시로 간주된다.

 그러나 부모가 자식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사실 과거에는 노인 부양은 자식들의 책임이었다. 농경사회에서는 노년기의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산다는 것은 큰 부담이 아니었다. 현대사회의 도시생활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주택문제 뿐만 아니라, 생활양식의 차이로 인해서 농촌출신의 부모님을 도시에서 모시고 산다는 것은 가족 생활에서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혹시라도 사업을 하는 자식이 빚 보증을 서달라고 부모를 찾아왔을 때 이런 요청을 단호히 거절할 부모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평생을 유지해온 재산을 일시에 날려버리고 빈손으로 고생하는 부모들을 우리는 주위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이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우리의 부모네들은 자식들 때문에 현재 이런 고생을 한다 는 소리를 흔히 한다. 내가 누구 때문에 이런 고생을 하는지 아느냐? 고 자식들에게 학업 정진을 독려하기도 한다. 우리의 부모들은 자식들을 마치 자신들의 분신으로 생각하면서 자식들의 뒷바라지를 하는 데에 온갖 정성을 쏟을 생각만 했지, 자식들이 자신들의 책임 하에 홀로 일어서서 살아나갈 훈련을 시키는 데에는 소홀했다. 부모가 모으는 재산은 모두 너희들에게 물려줄 것이라는 의식을 심어주기는 했지만,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쉽게 날려버리는 경우를 우리는 주위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땀 흘리지 않고 물려받은 재산을 토대로 성공한 사례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필자가 살고 있는 곳에서 가까운 거리에 서울노인복지센터와 파고다 공원 등 점심 때 노인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나누어주는 곳이 있어서 노년기에 딱하게 살고 있는 분들을 접할 기회가 많다. 노인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기회가 있는 데로 인터뷰한 노인들 중에는 자식들로부터 버림을 받거나, 평생 모은 재산을 자식들이 날려버린 경우가 적지 않았다. 자식들에게 어려서부터 독립심을 키워주지 않고, 의존적인 인간으로 키운 부모들의 책임이 크다는 점을 필자는 실감하였다. 이런 점에서 노후의 고생은 자식을 그런 식으로 키운 부모들의 업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자식들에게 성인이 될 때까지 최소한의 지원만을 해주고, 더 이상 부모에게 의지하는 것을 거절하는 단호한 의지가 요구되지만 인생의 말년에 그런 식으로 마음을 고쳐먹는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불쌍한 한국의 부모네들이여! 자식을 독립적인 인간으로 키우지 않은 실수로 치루어야 하는 대가가 얼마나 큰지를 똑똑히 알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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