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보는 수묵화 전시회다. 동양화가 현대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다양한 채색과 오브제의 사용으로 깊이 있는 수묵화의 멋을 만끽하기가 어려워짐에 따라 지난 7일부터 울산시 남구 달동 갤러리A&D에서 열리고 있는 동양화가 고경래씨(경주대학교 예술학부 교수)의 개인전은 오히려 새롭다. 더구나 그가 올해 34의 젊은 작가인데다 일본에서 7년여 공부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보면 먹과 붓, 한지만으로 구성된 그의 작품에서 작가의 고집이 읽혀진다.

 그렇다고 그의 그림이 전통 산수화는 아니다. "원(原) 풍경"이라는 제목은 달아놓았으나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형상을 없다. "원(原) 풍경"은 작가의 마음 속에 있는 풍경이다. 아주 커다란 붓으로 강렬하고 시원하게 쓱쓱 내려 그은 붓 자국들이 적당한 여백과 어울려 안정된 구도를 이루는 추상화이다. 짙고 옅기가 무한한 먹색과 우연에 의해 얻어지는 번짐의 효과가 오래보고 있으면 강렬함과 서정성이 묘하게 대립을 일으키며 따뜻하게 다가온다.

 그는 "색감에 있어 이미 갖고 있는 먹의 한계, 어리숙해보이는 붓의 필체, 한지 특유의 번짐 등 동양화 재료의 특질을 극대화하면서도 현대적 느낌에 동참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에 오래 있었으면서도 채색이나 기법이 발달한 일본 풍의 동양화가 아닌, 수묵화에만 고집스레 매달린 것은 그들과 다른, 우리민족이 갖고 있던 감성을 회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제에 의해 길들여진 방법이 아닌, 우리민족 특유의 강렬한 열정을 찾고 또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한국적이면서 현대적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갖는 개인전인 이번 전시회에 그는 전지 크기의 대작 7점, 소품 2점을 선보이고 있다.

 울산 삼호초등학교를 졸업한 고경래씨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유학, 동경대에서 석사·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경 긴자 스루가다이화랑, 동경 우에노상공중금회관, 도쿄예술대학 미술관에서 가진 동경예술대학 박사전 등 일본에서 3차례 개인전을 가졌고 국내에서는 93년 94년 서울 관훈미술관에서 열린 "새로운 형상과 정신전", 2001년 부산 경성대미술관에서 열린 "미술우에노전" 등 단체전에 참여했다. 정명숙기자 jms@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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