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을 앓고 있는 A씨(25·울산시 울주군·장애4급)는 일부 사람들이 간질을 정신병으로 오해할 때가 가장 불쾌하다. 뇌의 갑작스런 이상흥분상태로 인한 발작일 뿐이어서 일상생활이나 직장생활을 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는데도 주변사람들이 막연히 불안해 한다는 이유로 소외를 당할 때면 너무 외롭다고 한다. 개별적으로 설명하기도 어렵고, 속으로 삭이기만 하다보니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꺼리게 됐다.

"간질은 제대로 알면 별거 아닙니다. 대부분 심각한 정도가 아니어서 발작이 발생할 경우 주위 사람들이 간단한 처치만 해주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막연한 불안감으로 가까이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심한 경우 무서워하기도 합니다. 이중고를 겪는 셈이죠"

많은 사람들이 간질에 대해 '소리를 지르며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정도로만 알고 있다. 장애인으로 분류돼 있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막연한 불안감을 공공연히 드러내기 때문에 간질환자들은 이중 부담을 안고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울산시에 따르면 현재 114명(남 54· 여 60명)이 간질로 인한 장애인으로 등록돼 있다. 1급 1명, 2급 11명, 3급 36명, 4급 66명 등이다. 실제 간질환자는 이 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장애인으로 분류돼 있지만 기초수급 1~2급 간질환자라야만 월 12만원(시비 5만원 포함)만 지원될 뿐이기 때문에 등록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이다. 장애인으로 등록돼 봐야 혜택은 없으면서 동정의 대상이 되는 것이 달갑지 않다는 것이 등록하지 않은 이유다.

장애등급표에 따르면 2급은 지속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월 8회이상 중증발작이 발생하는 경우이며 3급은 월 5회 이상 또는 10회이상 경증발작, 4급은 월 1회 이상 또는 2회 이상 경증 발생으로 구분한다.

간질은 뇌의 갑작스런 이상흥분 상태에 의한 발작이 원인이며 100명에 1명 꼴의 비율을 보인다. 뇌에 장애를 일으키는 모든 요인들이 간질 발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대발작과 소발작으로 나뉜다.

대발작은 의식을 잃고 고성을 지르며 몸이 뻣뻣해지고 연속적인 경련이 발생한다. 호흡곤란과 침분비가 동반되며 전신경련이 2~5분간 지속된다. 혀를 깨물거나 소변을 보는 경우도 가끔씩 발생한다. 소발작은 옆 사람이 잘 모를 정도로 잠깐 멍하니 허공만 쳐다본다든가, 일상생활 중 잠시 의식장애가 일어났다가 회복되는 증상으로 5~20초간 지속되며 호흡이 가빠지면 발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간질 환자 중 절반 가량이 20세 이전에 발병하며 경련을 일으킨다고 해서 모두 간질은 아니다. 어린이들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경기는 간질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비슷한 증상이 발작적으로 반복되면 간질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간질환자는 지능지수와는 무관하며 불치병도 아니어서 약물치료만으로도 상당수가 호전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영갑 울주보건소장은 "간질은 뇌의 특정부분의 신경세포에 전기적인 문제가 발생해 일어나는 발작일뿐 정신병과는 무관하다"며 "간질발작시에는 날카로운 위험물건은 치우고 바닥이나 침대에 눕힌 뒤 꼭 죄는 옷을 풀어주고 가능하면 옆으로 누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최석복기자 csb736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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