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남구 선암동에 위치한 동해주유소(사장 박정열) 직원은 모두 장애인들이다. 세차와 주유원 5명 모두 정신지체장애인이거나 지체장애인들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기름을 넣으러 가도 장애인이라는 점을 발견하기가 쉽지않다. 모두들 얼굴이 밝고 열심히 뛰어 다니며 자기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강시욱 동해주유소 소장은 "처음엔 정신지체가 심해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였는데 일을 하면서 사람들과 부대끼는 가운데 증상이 많이 좋아졌다"며 "복잡하지 않는 세차 과정을 익힌 뒤부터는 솜씨도 완벽할 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들보다 훨씬 더 열심히 일을 하기 때문에 장애인이라는 느낌이 전혀 안든다"고 밝혔다.

장애인 5명이 동해주유소에서 한솥밥을 먹게된데는 박정열 사장이 시각장애인 2급이지만 주유소에서 세차업무를 8년 가량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심정을 이해하고 사회구성원으로 한몫을 하도록 배려를 한 셈이다. 그러나 요즘은 한사람 몫이 아닌 두사람 몫을 해내고도 남을 정도로 변함없이 열심히 일을 한다는게 주유소직원들의 평이다.

장애인 식구들은 총 5명으로 이희환(40·정신지체장애 3급)씨와 백인오(26·정신장애 2급)씨가 세차를 맡고 있으며 박태진(37·지체장애 2급), 김재환(37·지체장애 3급), 박동진(30·지체장애 2급)씨는 주유업무를 맡고 있다.

이희환·백인오씨는 4년전 처음 주유소 일을 시작할때만 해도 대인기피증으로 말도 않고 고객들을 본체도 하지 않았으나 요즘은 단골 손님들을 보면 먼저 인사하고 말을 걸기도 한다.

강 소장은 "비오는 날 세차업무가 없어 퇴근하라고 해도 주유소에 있는 시간이 좋다며 저녁때까지 머물다가 퇴근한다"며 "심지어 백인오씨는 출근시간보다 2시간이 이른 새벽 5시30분 출근을 자청할 정도"라고 말했다.

동해주유소가 직장인 동시에 사람들을 만날수 있는 장소이자 재활치료소인 셈이다.

박태진씨는 소아마비로 팔이 다소 불편한 상태지만 처음과 달리 당당해졌다. 숨기려고만 하던 태도를 벗어던지면서 단골들과 곧잘 장난도 친다.

장애인 직원들로 인해 초창기엔 애로도 많았다. '장애인 직원들이라서 불편한 점 있다면 양해바란다'는 현수막을 보고 돌아서는 고객들도 많았으며 일부 운전자들은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엔 꼼꼼하면서 구석구석 열심히 닦아내는 모습을 거듭 확인한 뒤부터는 오히려 단골이 더 늘어났다.

강 소장은 "사람의 병은 사람들 사이에서 고쳐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며 "비장애인들의 마음의 벽만 허문다면 장애인들의 일자리는 더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석복기자 csb7365@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