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오래 안 쉬기 시합하는 아이들처럼

 

 안개를 훌훌 털고 나온 산과

 산이

 다리는 제 집에 둔 채

 눈감고

 오른손으로 코 막은 다음

 입 꼭 다물고

 왼손으로 아랫도리를 가리고는

 

 일제히 강물에 머리부터 처박고 있다

 

 지나가는 구름은

 걸음을 멈추고

 돌이 이겨라 석이 이겨라

 응원에

 그만, 가든 길 잊고

 

 매미까지 끼어들어 다들 목이 쉬었다

 (현대시학, 2002년 7월호)

 

 "돌이"와 "석이"는 낮잠에서 깨어나 소를 몰고 산으로 향한다. 못이 있는 산 중턱에 이르면 소뿔에 고삐(이까리)를 감아 소 엉덩이를 힘껏 친다. 그러면 소들은 마음껏 산 속을 돌아다니며 풀을 뜯는다. 돌이와 석이는 발가벗고 못에 뛰어들어 멱을 감는다. 석양에 노을이 물들면 돌이와 석이는 각자 자기 소를 찾아 고삐를 풀고 소등에 올라타고 노래를 부르며 산길을 내려온다. 돌담길을 돌아 마당으로 들어서면, 바둑이가 꼬리를 흔들며 매달린다. 밀가루 반죽으로 저녁을 빚으시던 어머니와 평상에 앉아 그윽한 한가로움을 부채로 부치시던 아버지가 웃음으로 그들을 맞이한다. 돌이와 석이는 "산", "강물", "구름", "매미"와 함께 산다. 돌이와 석이와 "소"와 "바둑이"는 한 가족이다. 여름(夏日)은 마음의 문을 활짝 여는 화합과 공존의 시간이다. 조한용 우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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