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 AP=연합뉴스) 호주오픈테니스대회 남자복식 준결승전이 열린 24일 멜버른파크 센터코트에서는 관중들의 눈을 의심케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주연은 종(種)이 알려지지 않은 한 마리 새였고 조연은 복식 경기를 벌이던 미셸 로드라-파브리스 산토로 조와 줄리앙 부터-아르노 클레망(이상 프랑스)조.

 야생의 자연이 잘 보존된 호주임을 증명하듯 평소 각종 새들이 센터코트 위를낮게 날아다녔었는데 이날 드디어 우려하던 사고가 벌어지고 말았다.

 3세트에서 로드라가 강하게 스트로크한 공이 네트 위를 스치듯 날던 새를 강타했고, 그 재수없는 새는 땅에 떨어진 뒤 즉사하고 말았다.

 어이없는 사건 앞에서 관중들이 「우」하는 놀라움의 탄성을 터뜨린 것은 당연한일.

 상대편인 부터가 재빨리 뛰어와 죽은 새 앞에 무릎을 꿇은 뒤 손으로 십자가를그려 애도를 표했고, 이윽고 심판이 수건으로 시체를 싸안고 밖으로 나갔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수십년 테니스를 관전한 팬들도 평생 처음 볼만큼 희귀한 광경이었기에 이 「억세게 운없는 새」의 죽음은 이날 최고의 화제가 됐다.

 이와 비슷한 일은 지난 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도 있었다.

 지난해 3월26일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경기에서 「괴물 투수」 랜디 존슨(애리조나)이 던진 무시무시한 강속구를 홈플레이트 근처를 지나던 비둘기가 맞고 마치 「폭탄이 터지듯」 깃털들을 흩날리며 즉사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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