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 4월을 돌이켜보면 치열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내게는 윤기나는 시간들이기도 했다. 특수교육진흥법을 폐기하고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위한 전국의 부모 50명이 국가인권위 11층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측은지심으로 장애인 부모들을 바라보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부모들의 표정은 가슴 벅찬 희망으로 즐거워했다.

장애인들에게 있어 교육은 바로 생명이라고 말한다. 생애주기별 교육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외발자전거가 가다가 멈추면 쓰러지듯 멈추는 것이 아니라 바로 쓰러지고 만다. 그렇게 애타는 부모들의 마음과는 달리 우리사회는 장애인들에게 그동안 얼마나 야만적이었던가?

우리나라는 얼마 전부터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 되었지만 여전히 장애인의 교육 수혜율은 낮고 특히 울산은 전국에서도 꼴찌인 49.5%이다. 그나마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몸이 불편한데 통학거리가 왕복 3시간이 넘기도 한다. 아무런 제도적인 지원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왕따나 학교폭력에 시달리기도 한다. 소풍이나 캠프에 참여하려고 하면 학교에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각서를 요구한다. 부모의 마음이 어떠하건 무조건 전학을 강요받기도 했다. 그래서 전국 어디를 가나 장애아를 둔 부모들의 한결같은 소망이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게 해 달라"는 이야기를 한다.

38일간의 단식투쟁을 하고, 1300명에 이르는 부모들이 삼보일배로 광화문거리를 행진하고, 소복을 입고 머리를 깎으면서도 전국의 부모들이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제는 내 아이도 보통의 아이들처럼 학교에 보낼 수 있고, 친구를 만나게 하고, 그리고 땀 흘려 일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겠구나 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고, 수많은 전국의 부모들이 함께 하는 것을 보면서 아! 이제는 내가 죽어도 내 아이가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겠구나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5월 2일 드디어 국회개원사상 유례없는 국회의원 229명이 장애인교육지원법을 공동발의했다. 그동안 지역출신 국회의원 상대로 전국의 부모들이 진심으로 설득하고 때로는 강제하기도 한 노력에 작은 결실을 맺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해졌다. 아직 국회에 원안 통과라는 숙제가 남아 있지만 이제는 걱정하지 않는다.

지인들이 가끔은 물어온다. 왜 하필이면 이런 힘든 일을 하느냐고? 장애인교육권연대, 장애인부모회, 420울산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과 관련된 일을 한다고 하면 모두들 첫 인사가 '좋은 일 하시네요'라고 한다지만 내가 속한 단체 이름 모두를 이야기하면 어김없이 하는 질문들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지역사회에서 장애인들도 한 사람의 주체로 당당히 살게하고 싶다고.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며 나는 오늘도 기쁘게 이 일을 한다.

김옥진 (사)울산장애인부모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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