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상장 및 등록기업의 순이익이 각각 17조원, 1조5천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고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시장이 발표했다. 또 상장기업과 등록기업 모두 부채비율도 크게 낮아져 내실도 함께 다져진 것으로 평가됐다. 우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대표 기업들의 사정이 이처럼 좋아진 것은 국가경제발전을 위해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대표 기업군의 이런 실적 호전이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흠 없는 채로 충분하게 반영되기 위해서는 주변 분야에 대한 점검과 균형발전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상반기의 기업 실적 호전이 지속성을 갖고 있는 것인지를 우선 점검해 봐야겠고, 상대적으로 국가재정과 여타 중소기업 및 가계 등의 주름살은 더욱 깊어지지 않았는 가도 짚어봐야 할 것이다.

 증권거래소가 조사대상으로 삼은 510개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0.69%로서 1%에도 못미쳤다. 이처럼 매출액이 별로 늘지 않았는데도 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은 금융비용 절감, 환차익, 구조조정 및 신규투자 축소, 내수시장 호조 등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됐다. 구조조정 분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외부 여건의 도움을 받은 것이어서 지속 발전에 대한 전폭적인 믿음을 여전히 유보하게 한다. 특히 신규투자 축소는 오히려 발전의 한계를 걱정하게 하는 부분이다. 더욱이 이 기간 수출이 줄어든 사실은 기업들의 실적 호전이 주로 내수 분야에서 이뤄졌다는 반증이어서 재정 및 가계의 부실화 문제에 생각이 미치지 않을 수 없다. 재정을 과도하게 풀어 내수를 진작하고 국민의 씀씀이가 헤퍼진 일들이 기업의 실적 호전을 도왔다면 국가경제 차원에서는 그야말로 아랫 돌 빼서 윗 돌 괴는 식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새삼스런 일은 아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가 날로 벌어지는 것도 보기에 좋지 않다.

 2.4분기 순익 규모는 1분기에 비해 상장기업은 30%, 코스닥기업은 50%나 줄어 들었다. 대기업 위주의 성장이나마 장담하기 힘들게 하는 징후로 받아 들여진다. 요즘 들어서는 미국 경기의 더블 딥 우려가 더욱 심해지고 국내의 경제 환경도 나빠지는 추세다. 돈을 번 기업들은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설비투자 등에, 정부와 각 가정은 부실해진 살림을 보완하는 일에 각각 힘 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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