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이 저승 같은 그리움은 길길이 자라 / 낮은 음성이 애틋하게 내리고 / 미리내 흐르는 물은 가슴에 넘칩니다. // 조바심에, 조바심에 베틀소리도 밀쳐두고 / 오작교 서두르는 더운 숨이 오죽하랴 / 만남이 이별인 밤이 아득하게 젖습니다. / 서러움 내력을 잊을 수는 없습니다 / 멀찍이 펼쳐지는 그늘을 환하게 여기고 / 오롯이 느끼는 정이 눈물처럼 고였습니다."

 15일 저녁 비가 내리는 가운데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척과리 들꽃학습원에서 열린 칠월칠석 맞이 행사에서 강세화씨가 낭송한 자작시 〈칠석에 내리는 비〉 전문이다.

 울산문화사랑회(회장 서진길)는 계속되는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예정대로 칠석날인 15일 오후 7시부터 들꽃학습원 잔디밭에서 칠석맞이 행사를 마련했고, 예상보다 많은 100여명의 관람객들도 우산을 받쳐든 채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관람객들이 빙둘러 서 자연스럽게 무대를 만들자 김덕균 전 울산문화원 사무국장의 사회로 행사가 시작됐다. 서진길 회장이 "우리 고유의 세시풍습을 아름답게 전승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라며 "다른 지역에서는 칠석제를 지내는 곳도 있는데 이렇게 간단하게나마 우리 선조들의 풍습을 짚고 넘어가자"고 인사말을 한 뒤 이태열씨(사진작가)가 칠석의 유래에 대해 길게 설명했다.

 강세화·김헌경씨가 자작시를, 이연옥씨가 문병란씨의 시를 낭송, 분위기를 고조시킨 가운데 울산학춤보존회 회원들이 학춤을 펼쳐보였다. 이어 김성수·김외섭씨 견우와 직녀를 맡아 춤으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것으로 이날 야외 행사는 마무리됐다.

 실내로 자리를 옮겨 국수와 수육, 떡, 과일 등의 음식을 관람객들 전원이 함께 나누어 먹고 정토다회가 마련한 차를 마시며 훈훈한 정을 나누었다.

 한 관람객은 "비가 내리는 잔디밭에서 춤을 추는 장면이 너무나 아름다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라며 "우리의 전통을 아름답게 이어가는 문화행사들이 시민들에게 열린 공간에서 자주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명숙기자 jms@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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