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 현상에 의한 기상이변으로 지구촌 곳곳이 물난리를 겪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멕시코, 호주 등지에서는 물부족 위기가 심화되는 양극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미국 서부의 젖줄 역할을 했던 콜로라도강은 지난 5년간 계속된 가뭄으로 유량이 급격히 감소해 최근 1년간 유량이 100억㎥로 떨어졌다.

 미-멕시코 국경 부근에서 농사를 짓는 곤잘로 가르시아는 이 곳은 완전히 사막이 돼버렸다며 물 없이 어떻게 농사를 짓겠느냐고 걱정했다.

 콜로라도강의 유량이 격감해 물부족 사태에 직면하자 인근 애리조나주와 네바다주는 캘리포니아주가 허용된 양보다 많은 양의 강물을 끌어쓴다며 비난전을 펼치기도 했다. 애리조나·네바다주는 사막지대에 카지노 등의 시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면서 더더욱 물에 목말라하고 있는 처지다.

 콜로라도 강 위원회의 캘리포니아 지부장 제럴드 짐머맨은 현재로선 실제 소송이 걸릴 것 같지는 않지만 만약을 대비해 물 보존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는 미국내 토지자원을 관장하는 내무부의 판정에 따라서는 향후 현재 물 사용량의 30%를 잃을 수도 있다.

 멕시코도 물부족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멕시코 생태운동(MEM)의 알폰소 시프레스 회장은 18일 멕시코가 물 전쟁이 일어날 첫번째 장소가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시프레스 회장은 불균등한 분배로 인한 만성적인 물공급의 부족이 9천만 멕시코인을 괴롭히고 있다며 전체 물의 70%가 남부 타바스코주와 치아파스주에서 소비되는 사실을 지적했다. 시프레스는 또 멕시코 중북부 지방에서 물을 확보하기 위한 게릴라전이 발발할지도 모른다며 이는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문제라고 우려했다.

 아프리카 모리타니의 수도 누악쇼트에는 물장수의 인기가 한창이다. 누악쇼트의 주민들은 이들 물장수로부터 200ℓ의 물을 1달러에 사서 쓰고 있으며 그마저도 가난한 주민들은 언감생심이다.

 현지 통계에 따르면 누악쇼트 주민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인구가 마실물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사먹는 물의 위생상태도 보장할 수 없어 더욱 큰 문제다.

 호주 역시 최근 몇 년간 계속된 가뭄 탓에 물부족을 겪고 있으며 세계적인 휴양지가 밀집한 퀸즐랜드주에서는 해변에 설치된 야외샤워시설의 가동을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긴급조치까지 취하기도 했다.

 이같은 물부족 사태는 비단 일부 국가에만 해당하는 먼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최근 성명을 통해 현재와 같은 개발형태가 지속된다면 25년내에 세계인구의 절반이 식수난에 허덕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전세계 인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인구가 식수로 부적합한 물에 노출돼 전염병의 확산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전지구적인 물부족 문제는 오는 2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개막될 지구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엘 센트로<미캘리포니아주>·멕시코시티·누악쇼트<모리타니> 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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