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쌀이 남아 돌아 골치를 썩히다가 고육지책으로 사료로 쓰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쌀에 대한 가치판단이 흐려진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도무지 모를 일이다. 전통적인 우리국민들의 정서상 도저히 맞지 않는다.

 정부에서는 가을 추수기가 두달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남아도는 쌀을 처분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한다. 울산지역도 타지역과 마찬가지로 14개 농협 양곡창고마다 84%의 쌀 보관율을 보이고 있어 심각한 실정이다.

 이대로 수확기를 맞게되면 올 가을 전국의 쌀 재고량은 1천318만섬이 된다고 한다. 지난해 10월말 재고량이 927만섬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수확기 이전에 최소한 400만섬 이상을 긴급 처분해야 쌀값이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수 있고 여석도 확보된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쌀이 많이 남아돌게 된 이유는 첫째로 6년 연속 풍년과 특별한 자연재해가 없었기 때문이고 둘째로 90년대 후반기부터 우리 식단이 변해 쌀을 주원료로 하는 밥보다 즉석식 패스트푸드 등 서구식으로 변했고 셋째로는 아침밥을 먹지 않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 아침밥을 먹지 않는 문제는 심각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장차 우리나라를 짊어지고 나갈 청소년들이 아침밥을 거르는 것은 큰 문제다. 농촌진흥청에서 조사 발표한 내용에 의하면 아침밥을 계속 먹는 학생들과 먹지 않는 학생들의 대입수능성적을 조사한 결과 아침밥을 계속 먹는 학생들의 수능성적이 20점이나 높다는 것을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쌀 수급동향을 보면 생산량은 지난 99년 3천655만석, 지난해 3천830만석, 올해는 3천600만석으로 추정되며 재고량은 99년 502만석, 지난해 918만석, 올해는 1천318만석으로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이는 국민 1인당 소비량 감소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되는데 1인당 쌀 소비량을 보면 90년 119.6㎏, 2000년 93.6㎏, 지난해 88.9㎏, 올해는 87.3㎏으로 매년 크게 줄고 있다.

 이에 따라 농협은 쌀 수급의 구조적인 공급과잉 상황을 방치할 경우 농업기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대대적인 쌀소비 확대운동의 지속적 전개, 쌀소비촉진 대축제개최, 사랑의 쌀나누기, 쌀관련 요리책자 발간, 소비확대를 위한 대대적인 국민홍보활동 전개, 쌀 관련 내용 교과과정 수록 추진 등 다양한 소비확대 운동을 펼칠 예정이다.

 울산시민 여러분께 부탁컨데 아침밥은 꼭 챙겨먹도록 했으면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건강과 어려운 농업·농촌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송상호(울산농협지역본부 지도경제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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