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명의 북한 주민들이 서해상으로 배편을 이용해 탈북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장관급 회담과 8.15 첫 서울공동행사가 끝난 직후에 발생한 것이어서 그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북쪽에서 배를 몰고 다른 경유지를 거치지 않고 직접 남쪽에 들어온 사례는 지난 97년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이다. 지난 87년 김만철씨 일가족은 일단 제3국으로 갔다가 남쪽에 들어 왔고 요즘에는 주로 중국을 경유해 탈북과 입국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북한판 보트피플」이 본격적으로 발생할 조짐이 아니냐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하지만 이미 전부터 유사한 사례들이 있었고 아직은 북측 체제가 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런 견해는 성급하다는 생각일 것으로 보인다. 순씨 가족들이 재작년 중국에서 접촉했다는 것을 보면 이번 경우도 미리부터 남북 가족들 사이에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들은 중국을 경유하는 육로를 버리고 상대적으로 더 큰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는 해로를 택했다. 어린이 10명을 태운 데다 식량도 거의 바닥 난 상태로 발견됐다고 하니 자칫 했으면 더 큰 일이 생길 뻔했다. 순씨 가족 등은 다행히 안착했지만 어쩌면 그 동안 알려지지 않은 비극이 더 많을지도 모를 일이다.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위해 정작 그런 삶을 향유해야 할 자신의 목숨까지 내걸어야 하는 비극적 모순은 오늘날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한반도만의 독특한 상황이다. 탈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대규모 탈북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경제논리로 따져 볼 때도 훨씬 득이 될 것이다.

 주로 경제적인 이유로 생겨나는 탈북행렬은 당연히 북측의 경제재건으로 상당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북측도 지난 7월부터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시행하는 등 나름대로 경제난 극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이제는 외부세계의 적극적인 호응이 필요한 때이다. 남북 간의 협력에 더 고삐를 당기는 것은 물론 주변국들도 적극 나서도록 설득해야 한다. 이번 탈북사건이 남북 간 협력관계가 더 긴밀해져야 할 필요성을 인식케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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