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이후 50여 사건상담 고소·고발로 간 경우 3건 그쳐
학교선배·지인 친근함으로 접근
성폭력드러나도 법적구제 못받아

#사례1= 정신지체장애인 3급 이영아(가명·18)씨는 지난해 10월 같은 학교 선배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이씨의 선배는 이씨의 휴대폰을 빼앗은 뒤, 휴대폰을 찾으려면 화장실로 올 것을 강요했다. 그리고….

이씨는 겁을 먹은 나머지 집으로 돌아오는 즉시 목욕을 하고 속옷을 갈아 입었다. 이씨의 이런 정상적인(?) 행동으로 인해 사건 수사시 증거물을 찾아내기 힘들었지만 여러가지 정황이 맞아 떨어져 결국 이씨의 학교 선배는 법적 처벌을 받았다.

#사례2= 정신지체장애인 2급 최성아(가명·11)양은 지난해 본인과 같은 정신지체 장애를 앓고 있는 장애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최양의 신체발달정도는 초등학교 1학년 정도밖에 되질 않는다. 아버지는 3년전 정신지체장인 어머니와 가족을 남겨두고 어디론가 떠났다.

최양의 어머니 또한 초등학교 4학년때 껌을 사준다는 동네 사람을 따라갔다가 성폭력을 당했다. 어머니, 최양 정신지체장애인 모녀의 삶이 모두 성폭력에 노출된 셈이다. 정신병원에 입원중인 어머니를 대신해 최양을 보호해 줄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사례3= 지난 3월 정신지체장애인 3급 김도연(가명·26)씨는 "집에만 있지말고, 근처 체육시설에 가서 운동이라도 하라"는 부모의 말에 따라 집 근처 체육시설에 나가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운동기구가 생소한 김씨에게 50대 남자가 "이건 이렇게 해야지"하며 말을 건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5년이 넘게 가족 외에 말을 섞어본 적이 별로 없었던 김씨는 자연스레 그의 친절에 아무런 거부감을 느끼지 못했다. 이후 그 남자는 김씨에게 "여자가 되기 위해서 여기는 꼭 거쳐야 하는 거야"라며 모텔로 들어갔다.

울산지역 성폭력 피해 여성장애인들이 갈 곳이 없다. '장애를 가진 여성'이라는 굴레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은 사회의 냉담한 반응속에서 또한번 좌절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정신지체장애인 특성상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시간이 흐른 뒤에야 가족 등 주위 사람에 의해 성폭력 사실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 법적 구제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울산장애인성폭력 상담소(소장 홍정련)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 총 50여건의 성폭력 상담을 받았으며, 이중 경찰에 고소·고발한 것은 3건에 불과하다.

문제는 사건화가 되더라도 가해자가 처벌받는 사례보다 법망을 피해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홍정련 소장은 "법원에서 사건을 판결할 때 성폭력 특별법 8조 항거불능 조항으로 인해 가해자가 처벌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겁탈을 당하면 일반 성인여성도 비명도 못 지르는 경우가 많은데 죽을 만큼 저항하지 않으면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란 법 해석은 현실과 큰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장애등급을 내주는 자체가 장애를 인정하는 것으로 장애등급을 받는 자체가 항거할 수 없는 신체적 조건을 가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성폭력특별법 8조는 '신체장애 또는 정신상의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음을 이용해 여성을 간음하거나 사람을 추행하는 자는 형법 297조(강간) 또는 298조(강제추행)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홍 소장은 특히 "사건 이후 사회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이들이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까지 심리치료 등의 극복해 갈 수 있는 쉼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장호정기자 zzangij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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