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유치 과정에서 지급보증을 해준 계열사에 끼친 손실을 지급하라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와 재벌 계열사간의 상호 빚보증 관행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관련기사 5면

 25일 서울지법 민사합의17부는 현대중공업이 지난 2000년 7월말 현대증권, 하이닉스(당시 현대전자)와 이익치 당시 증권회장 등 개인, 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매입대금 대지급 반환 및 손해배상" 소송에서 "1천718억2천2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인 현대중공업의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현대전자 외자유치를 위해 현대중공업이 사실상 지급보증을 했고, 피고들은 각서를 작성해 현대중공업측의 모든 부담을 인수하기로 약정했다"며 "그러나 수천억원이 달려있는 중요사항인데도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작성된 각서는 무효"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들이 회사에서 적법하게 권한을 위임받아야 했는데도 이사회를 거치지 않아 효력이 없는 각서를 제공함으로써 현대중공업에 손해를 끼친 것은 불법행위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며 "현대중공업도 이사회 결의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과실이 있으므로 30%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 계열사간 대표적인 소송 사례로 꼽히는 이번 소송은 지난 98년 하이닉스(구 현대전자)가 현대투신 주식을 담보로 외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이 지급 보증을 선 것 때문에 발생했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현대전자와 현대증권이 이와 관련 재정적 부담을 떠넘기지 않겠다는 각서를 써놓고도 이행하지 않았다며 2천400억원 가량의 대지급금 반환 및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일부 승소라는 결과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법원이 앞으로 계열사간 빚보증을 차단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은 의미있게 생각한다"며 "1년이상을 끌어온 소송인만큼 조속히 정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상환기자 newsguy@ksilbo.co.kr·일부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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