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20일 84년 4월2일 발생한 육군 모부대 소속 허원근 일병의 사망사건이 당시 군당국의 발표대로 비관자살이 아니라 만취한 하사관에 의한 타살이라고 발표, 충격을 주고있다. 그리고 타살현장에 중대 간부와 사병 10여명이 있었으나 자살로 위장, 18년동안 이를 집단 은폐해 왔다는 것이다. 국방당국이 진상조사에 나서겠다고 하니 정확한 사건경위가 밝혀지겠지만 의문사진상 규명위원회의 발표내용이 사실이라면 오래된 과거의 일로 치부하고 그냥 넘겨서는 안된다.

 술에 취해 부하사병을 총으로 쏴 살해하고도 끝까지 자신의 범행을 숨긴 당사자나 이를 보고 받고도 문책을 피하기 위해 자살로 위장하고 은폐를 지시한 군간부들의 행위는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일이다. 전우의 억울한 죽음을 눈으로 직접 목격하고서도 조작과 은폐에 가담한 채 지금까지 진실을 숨기고 있었다는 점에 있어서는 사병들도 공범이기는 마찬가지다. 사고직후 군 수사당국이 사고경위에 대해 조사를 했을 것이고 허 일병 아버지의 요구로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군 관계기관이 여러차례 벌였음에도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은폐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군의 해명이 있어야 한다. 우려스러운 점은 군내부에서 이와 유사한 일이 더는 없었을까 하는 점이다. 허 일병 사건의 경우 다행히 아버지의 끈질긴 노력과 의문사 진상조사위원회의 관심으로 은폐,조작 사실이 밝혀졌다.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아들과 동생의 죽음에 의혹을 갖고 진실을 알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군 당국과 당시 군관계자들의 비협조로 한을 풀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진실을 알아낸 뒤 장례를 치르겠다며 18년동안 아들의 유골을 땅에 묻지도 않은 아버지 허씨의 심정을 살피면 군사정권시대 특유의 행태로 치부하고 넘길 수는 없다. 사건의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이 뒤따라야 마땅할 것이다. 자살로 위장하고 은폐를 지시한 상급자부터 가려내 책임을 물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이는 이땅의 자식들을 맡은 군으로서의 책무이기도 하며 아들들을 군에 보낸 부모들의 걱정을 덜어 주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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