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동구 서부동 현대예술관 갤러리에서 20일 시작된 "Yesterday & Today"는 전통적 소재를 거부감 없이 현대화시키고 있는 작품전이다. 최애자씨와 이목을씨는 각각 공예와 서양화를 내놓고 있지만 이들은 한국적이면서 극히 사실적이라는 두가지 공통적 정서를 통해 누구에게나 친근하고 쉽게 다가선다. 이번 전시회는 9월18일까지 계속된다.

 〈최애자〉

 공예가 최애자씨(43)의 작품은 액자 속에 있기는 하지만 평면의 그림이 아니다. 종이 위에 직접 천연 재료로 염색한 천을 붙이고 그것을 오려서 인물에게 입히는 것이다.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적당하게 절개해서 주름을 잡거나 바늘을 이용해 일일이 말아 넣었다. 금박도 세세하게 그려넣었다. 완전한 입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인형처럼 생생하다.

 한 여인이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살포시 걸어나오는가 하면 대례복을 입은 명성황후가 근엄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신윤복과 김홍도의 풍속화 속의 한 인물인 기생은 가야금을 뜯으며 흥을 돋우고 있다.

 "대학에서 의상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것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나타난 작품입니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데 4~5개월이 걸리기도 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즐겁습니다."

 인물 뿐아니라 연꽃과 물고기가 풍성하게 그려진 그림을 통해 다산다복을 비는 등 우리의 전통풍습을 찾아가기도 한다. 앞으로는 골무, 거문고, 가야금 등 한국적인 것들로 소재를 넓혀나갈 예정이다.

 

 〈이목을〉

 바탕색 없이 나무 판자 위에 소재만 극사실적으로 표현한 이목을씨(40)의 그림은 생생하다못해 착시현상을 일으킬 정도다. 벽에 걸린 그림 속의 대추는 금방이라도 땅에 떨어져 내릴까 걱정스럽다. 대나무 이파리는 붙여놓은 것인가 싶어 손으로 확인해보고 싶어진다. 생물일 턱이 없다는 것을 뻔히 아는 생선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 확인하게 된다.

 그림의 소재는 누구에게나 한가씩 추억을 떠올리게 할만한 대추, 감, 무, 고무신, 사과 등 흔해빠진 생활 주변의 것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단순한 물건은 아니다. 의인화되어 부부를 나타내기도 하고 세월 또는 여러 인간 군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캔버스 대신 사용된 나무 판자는 누군가 오랫동안 사용한 과반일 때도 있고 칼자국이 더덕더덕 나있는 도마일 때도 있다.

 "현재의 나의 이야기죠. 나무와 그림의 소재가 서로 소통하고 그로 인해 그림과 내가 수평적 기운을 느꼈을 때 비로소 그려집니다. 그러니까 그림은 나의 고백인 셈이죠."

 서양화적 기법으로 유화물감을 사용하고 있지만 동양정서가 듬뿍 느껴지는 것은 이런 그의 철학적 사색이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정명숙기자 jms@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