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60만원 안되는 수입이지만
월세·치료비로 절반쓰면 늘 빠듯
음식씹는것 하나 힘든 아이 걱정
일자리 구하는 것도 쉽지않아

14살 난 1급 장애인 딸과 10살 아들이 있는 한부모 가정.

기초생활수급권자 강다짐(가명·43)씨는 4년전 남편과 헤어졌다. 강씨는 이후 식당일 등을 하며 두 아이와 힘겹게 생계를 꾸려왔다. 그러나 1년전 췌장염과 허리디스크로 식당일마저 할 수 없게 됐다. 강씨는 지금 쉬고 있는 시간이 아깝기만 하다. 30만원의 기초생활지원금과 정신지체 1급 장애를 앓고 있는 이소망(가명)양 앞으로 나오는 장애수당 10만원. 그리고 몇몇 후원금들. 모든 수입원을 합하면 한 달 생활비는 보통 50~60만원 정도다.

60만원 가량의 돈마저도 온전히 강씨가 지출할 수 있는 돈이 아니다. 월세 10만원, 소망이 치료비 20만원. 이래저래 잡비를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다. 강씨는 "지금 이렇게 쉬고 있는 시간이 너무 아깝습니다. 먹고 살기도 빠듯한 데 아프다고 무턱대고 쉰다는 게…" 강씨는 몸이 조금이라도 좋아지면 곧 다시 일자리를 찾을 생각이다. 하지만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소망이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는 주간보호센터에서 돌봐주지만 주말에는 영락없이 소망이는 강씨 몫이기 때문이다. "매 주말마다 쉰다고 하면 식당 같은 곳에서 좋아하지 않아요. 하지만 소망이를 맡길 데가 없어요"

이렇듯 강씨는 생존권과 양육이라는 딜레마 아닌 딜레마에 빠져야 한다. 그렇지만 강씨는 소망이와 생존권 둘 중 어떤 것도 버릴 수 없다. 소망이가 일어설 수 만이라도 있다면 하고 바랄 뿐이다. "한 발짝이라도 걸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단 1%의 희망이라도 있다면 소망이를 위해 무엇이든 할 것입니다" 정신지체장애 1급인 소망이는 음식을 씹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반드시 국물이 있어야만 한다. 소망이를 꼭 안고 있는 강씨는 "솔직히 처음에는 포기할까도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어떤 부모가 자식을 포기할 수 있겠습니까. 저와 소망이가 한날 한시에 세상을 떠났으면 해요"라며 소망이의 볼을 어루만지는 강씨의 눈가가 반짝였다.

울산시에 따르면 2005년 12월 현재 울산지역의 한부모 가정은 총 2천534가구, 6천823명이다. 이중 강씨처럼 장애아를 둔 한부모 가정은 31가구이고, 31가구 가운데 대부분(24가구)이 기초생활수급권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울산시의 '2005년 저소득모부자가정 실태조사' 등의 각종 실태조사의 정확성에 의문을 제시한다.

(사)울산장애인부모회 김옥진 회장은 "시설에 맡겨지는 아이의 경우 부모가 양육권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저소득 한부모 가정은 더욱 많을 것"이라며 "실태조사라는 것이 지난해 울산발전연구원이 벌인 장애인실태조사처럼 집집마다 방문하며 현장조사를 하는 것이 아닌 큰 장애인 시설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실제 숫자와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옥진 회장은 "전국적으로 장애아를 둔 가정의 이혼율이 일반가정에 비해 3배가 많다"며 "실제 한부모 가정은 대부분이 모자가정으로 장애아를 돌 볼 수 있는 활동보조인이 없는 상태에서는 정상적인 생활자체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대부분이 강씨처럼 하루종일 아이 옆에서 돌보지 못 할 경우에는 양육 자체를 포기해야 할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장호정기자 zzangij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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