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열심히 교육을 받고 치료를 받으면 앞으로 평범하게 자라서 스스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눈물을 머금고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는 젊은 엄마와 아빠를 바라 볼 때가 어쩌면 내가 아이들과 부모를 만나는 순간 중 가장 힘들고, 가슴 아픈 순간일 것이다. 대부분의 정신지체, 발달장애 아동들이 처음으로 진단을 받는 순간 부모들이 느끼는 불안과 좌절감 그리고 작지만 한 줌의 희망을 가지고 던지는 이 말에 어떻게 답을 할 것인가? 이것이 내가 항상 진료실에서 나에게 던지는 화두다.

물론 아이들의 기능이나 상태에 따라 다양한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발달장애 아동이나 지체장애 아동들이 그들이 향후 어떠한 삶을 살 것인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을 꼽으라면 조기발견, 조기에 적절한 특수교육, 사회적인 지원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아니 작게는 울산시 내에서 장애아동을 조기에 발견하여 아이에 맞는 충실한 조기 특수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그 이후에 직업재활프로그램 등 체계적인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나는 자신 있게 부모들에게 큰 희망을 전달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선진국의 사례에서 본다면 장애인에게 비호감적이라고 알려진 일본에서도 자폐아동들이 적절한 교육으로 성인이 되어서 열에 세 명은 직업을 가진다는 보고가 있다. 다른 측면으로 보면 장애아동들에게 기업이 일자리를 마련해 주고 지원해 준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자폐아동을 적절하게만 특수교육을 시켜도 만 6세가 되면 60%의 아동이 자폐장애 진단을 벗어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한편으로는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경제력을 본다면 아직 우리나라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도 장애 아동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하루아침에 생긴 것은 아니다. 꾸준히 부모들이 노력하고, 사회에서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지향해 왔기 때문에 오늘에 이른 것이다.

우리 사회도 좀 더 장애아동들과 이들 부모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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