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놓을때마다 옆에서 보호 '버팀목'
울산 장애인 3만4천864명중 246명만이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서 '근로' 혜택?

27일 오전 울주군에 자리잡고 있는 장애인공동작업장 (주)일터에는 수북히 쌓인 패트병을 가르는 손길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환한 얼굴로 조그만 야쿠르트 병에서부터 대형 우유병까지 온갖 종류의 패트병을 하나하나 분류하는 사람들 속에 이영희(가명·21)씨가 눈에 띈다. 3년전 정신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이씨에게 패트병에 둘러싸인 이 곳은 제대로(?) 된 첫 직장이다. 일반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씨는 식당, 홀서빙 등 여기저기 일자리를 찾아다녔지만 장애를 앓고 있는 이씨를 받아줄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지난 3월 (주)일터에 둥지를 튼 이씨는 처음에는 작업시간에도 친구와 장시간 전화를 걸은 상태에 방치해 휴대폰 요금이 20만~30만원까지 나오는 등 일에 집중하지 못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현재 이씨는 일반인과 다를 바 없이 일에 열중이다.

이씨와 입사동기인 최선숙(가명·57·신체장애 4급)씨는 "3개월 전 영희씨와 지금의 영희씨는 다른 사람입니다. 지금도 간혹 자신이 한 말을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이씨가 장애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노동'과 '동료'들의 도움이 가장 컸다.

(주)일터 최미진 사회복지사는 "장애인들끼리 일을 하니까 서로서로 이해하는 정도가 더욱 섬세하다"면서 "특히 신체장애를 가진 분들이 영희씨가 정신을 놓을 때마다 옆에서 도와주다보니 꾸준히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이인(56·시각장애 4급)씨도 "영희씨뿐만 아니라 우리들 모두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여기저기 다녀봤지만 정상인이 아니라서그런지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며 "무엇보다 우리를 바라보는 남들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장애인 고용 문제와 관련, 전문가들은 장애인이 비장애인들과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장애인들은 취업의 전제 조건인 교육기회의 상실, 이로 인한 인적 네트워크 부족, 사회적 편견으로 인한 어려움까지 감내해야 한다며 울산시의 장애인 고용 정책에 물음표를 던졌다.

27일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울산시의 장애인은 총 3만4천864명이다. 이중 246명만이 장애인 직업 재활시설에서 의료세탁, 면장갑·토시 생산, 현수막 제작, 자동차 부품 조립 등의 일을 배우고 있다.

246이라는 숫자는 울산지역 전체 3만4천864명의 10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장애를 가진 장애인을 제외한다 하더라도 울산지역의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특히 지난 2005년 1월29일자로 2% 고용의무사업주가 300인 이상에서 50인 이상 사업주로 확대됐으나 대부분이 2% 미고용시 부담금 1인당 50만원을 지불하는 등 장애인 고용을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자료에 따르면 2005년 12월말 현재 울산지역에 300인 이상 33개 업체 가운데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이 2%를 넘기지 못한 기업이 21개사이며 이 가운데 1%조차 넘기지 못하는 기업은 11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울산시 이춘실 사회복지과장은 "단순제조보다는 중화학·자동차 등 대형사업장이 많은 울산의 산업구조상 장애인이 일을 할 만한 일자리가 많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장애인 고용을 위해 우선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울산지사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호정기자 zzangija@ksilbo.co.2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