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년대 중반 울산사람이 언양을 배경으로 쓴 향토역사소설이 발굴됐다.

 삼남면지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동익 울주문화원 부원장(72·울산시 울주군 삼남면 가천리)은 "삼남면지 편찬을 위해 1786년(정조 10년)에 발간된 〈헌산지〉(獻山誌)를 번역하다가 울주군 상북면 향산리에 살았던 서석인(徐錫隣·1710~1765년)이 쓴 한문소설을 발견했다"며 "서석인이 작고한 뒤에 〈헌산지〉를 묶으면서 옮겨 실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작자미상의 〈헌산지〉는 옛 언양현의 수비군의 병력, 화력, 병기창 등이 수록된 40여쪽의 책자로 서석인의 소설은 이 가운데 9쪽을 차지하고 있다.

 신동익씨는 "〈헌산지〉는 일찌기 알려져 있는 향토자료이나 내용이 한문으로 되어 있어 누구도 전문을 번역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 소설이 있는 줄 몰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석인은 울주군 상북면 향산리 사람으로 1747년에 사마시에 합격하고 3년동안 태학을 공부했으나 벼슬에 나아가지 않고 일생을 고향에서 경전을 탐독하며 제자를 길러 관서부자라는 칭호를 얻었다. 아호를 딴 〈수오문집〉 7권이 전해지나 문집에는 이 소설이 실려있지 않다.

 서울나그네, 걸인, 천전돌부처, 나그네, 언양사람 등이 등장하는 이 소설은 "서울에서 와서 영 밖의 대소읍을 두루 돌아다니는 서울나그네가 있었다. 길에서 우연히 걸인과 마주쳐 동숙하게 되었는데(유상도객주람영외대소읍로우걸아동숙어아·有上都客周覽嶺外大小邑路遇乞兒同宿於")"로 시작되어 가난과 과도한 부역·조세로 인한 백성의 고통을 토로하고 있다.

 신동익씨는 "언양고을을 중심으로한 행정구획 개편 및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피력하고 각종 부역으로 인한 도탄에 빠진 민생을 어루만지는 인문주의를 바탕으로 한 250년전의 향토역사소설로 향토문학사적으로 큰 의의가 있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정명숙기자 jms@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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