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제출했던 방학과제중 가장 기억이 남는 것은 "잔디씨 모으기"였다. 그 작은 잔디씨를 모아서 편지봉투에 가득 담으려면 쉬지 않고 해도 반나절은 족히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린 나이에 그 잔디씨를 모으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동내에 있었던 넓은 잔디밭에 친구들과 뛰어 노는 재미로 며칠을 두고 다니곤 했다. 물론 왜 잔디씨를 모으라고 했는지, 그 잔디씨를 어디에 사용하는지는 알려주지도 않았고 솔직히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방학과제니까 했을 뿐이다.

 요즘은 학생들로 하여금 방학이 되면 봉사활동을 하도록 한다. 이는 성적 지상주의 교육에서 탈피해 전인교육에 충실하고자 하는 교육취지인 것으로 보인다. 나도 지금과 같은 제도에서 교육을 받았다면 지금의 나보다는 인성이 많이 다듬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부러움마저 생긴다.

 하지만 현실은 항상 이상과는 괴리가 있어야만 하는 건지 혼란스럽다. 위와 같은 전인교육을 위한 교육계의 노력도 그리 큰 성과가 있는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봉사활동은 스스로 계획해 봉사하며 배우는 봉사학습이어야 한다고 한다. 그말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이다. 그러나 현재 학생들의 봉사활동은 지나치게 학생들 스스로에게 맡기는 것이 오히려 문제인 것 같다. 학생들은 봉사활동 확인서 상에 일정시간 이상 봉사활동을 했다는 것을 방학과제물 제출하 듯 학교에 제출하면 그만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학생들은 방학이 끝날 때가 되서야 뿔뿔이 여러 관공서를 찾아다니고 그 중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는 곳은 일 적게 시키고 시간 많이 적어 주는 곳이라고까지 이야기한다. 상황이 이럴진대 봉사활동의 교육성과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내가 어릴적 아무생각 없이 잔디씨를 모아서 제출했듯이 우리 어린 학생들도 봉사의 참뜻을 모르고 그저 확인서 받기에만 바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된다. 나의 학창시절 담임선생님은 방학이 시작되는 날에는 항상 이런 말씀을 하셨다. 방학은 놀라고 만든 것이 아니고 교육의 연장이라고.

 지금의 방학도 교육의 연장인 것이 맞다면 학생들이 알아서 봉사활동을 하도록 하는 것보다는 일정 사회보호시설과 자매결연을 맺고 그룹별로 꾸준한 봉사활동이 이루어지도록 제도를 정비해 그 가운데 스스로 하는 봉사활동의 참뜻을 깨닫게 해주는 등 어느 정도의 지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신광교(무거2파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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