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위한 캠프 '지킴이' 참가
흙먼지 휘날리며 웃음선물 선사
냇물막고 물놀이 추억도 쌓아

'너+나=우리는 친구입니다!'

16일 주전해수욕장 근처 강동 예비군 훈련장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희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꼬리잡기 놀이를 하는 사람들.

사회복지사와 장애아동 그리고 군인. 울산장애인복지센터에서 지역 장애아동들을 위해 마련한 여름캠프에 참가한 이들은 서로가 서로의 친구가 되어 1박2일간의 짧지만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크지 않은 운동장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자, 보세요. 나 군인, 나 친구" 복지사 두 명이 역할을 나눠 코끼리코 놀이 시범을 보였다.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복지사의 시범을 지켜보는 '친구'들의 표정은 밝았다. 얼핏봐선 진짜 또래 친구같은 한상현(22·남구 신정4동) 일병과 최민수(18·정신지체 1급·가명)군이 눈에 띄었다.

덩치로 봐선 민수군이 고참, 한 일병이 후임처럼 보이기도 했다. 가만있지 못하는 민수군 곁을 지키고 선 한 일병은 상엽군이 한 발 내딛을 때마다 손목을 잡아 원래 자리로 옮겨왔다.

정말 친한 친구 같다. 민수군과 한 일병이 친해진 것은 불과 반나절만이다. 자폐증이 있는 민수군이 이렇게 짧은 시간동안 한 일병에게 마음(?)을 연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일병은 "처음에는 민수가 말도 안하고 무슨말을 해도 잘 알아 듣지 못했다"며 "계속 붙어 있으면서 말을 걸고 스킨십을 갖다보니 어느순간 민수가 웃고 말하는 친근감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막사 밑 그늘에는 휠체어에 앉아 있는 바람(14·여·정신지체 1급·가명)양과 소망(13·여·정신지체 1급·가명)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늠늠한 군인아저씨가 있었다. 올해 두 번째로 같은 행사에 참석한 성용(22·부산 양정동) 상병이다.

"나머지 친구들은 여기저기 뛰어다녀서 신경이 쓰이지만 전 밥만 먹여주면 됩니다. 바람이와 소망이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픕니다" 바람이와 소망이는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다.

행사를 마련한 사회복지사들이 장애아동과 군인이 친구되게 한 것만은 아니다. 장애아동들 덕에 사회복지사와 군인들도 친구가 되어 있었다.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하며 "군기가 빠진 거 같다"는 둥 핀잔 아닌 핀잔을 주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다.

코끼리코 놀이, 꼬리잡기 놀이 등 흙먼지 휘날리며 한바탕 놀아제친 '친구'들은 더위를 식히기 위해 바다로 이동했다. 이날 친구들은 위험한 바다수영 대신 바다로 나가는 냇물을 막아놓은 장소에서 물놀이를 즐겼다.

군인 몇명이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바다로 향하는 방파제를 지키고 섰다. 나머지는 풍덩풍덩 물속으로 빠져들었다. 물에 엎드려 바다로 향하는 민수군에게 "자, 바다 끝까지 가는거야"라고 말하는 한상현 일병. 한 일병은 물놀이를 하다가도 나무그늘에 세워진 휠체어에 앉은 바람이와 소망이를 지켜보는 눈길을 늦추지 않았다. 바람이가 졸린듯 고개를 떨구자 곧바로 달려나왔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이명구(33·뇌성마비 2급) 복지사는 "오늘처럼 군인의 도움없이 복지사만으로 아이들의 야외활동을 책임지는 것은 어렵다"며 "사회복지사지만 몸이 불편하다보니 충분히 잘해주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박아람(23·여·뇌성마비 3급) 복지사도 "장애아동들에 대한 사랑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아 속상하다"고 말했지만 비장애인 복지사가 보지 못하는 부분을 볼 수 있는 것이 이들이다.

1박2일의 짧은 여행이지만 장애아동들도 사회복사들도 군인들도 모두가 즐거운 하루였다. 이날 행사 도우미를 자청한 7765부대 2대대 소속 장병 30여명의 선임인 방기창 하사는 "우리 모두 여기서의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워간다"며 특히 "참가 군인들 모두가 제대 후에도 반드시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친구'들은 이날 저녁 캠프파이어를 하며 영원히 잊지못할 추억을 가슴 한켠에 아로새겼다.

글·사진=장호정기자

(경상일보-사회복지포럼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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