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지식과 인품 겸비한 교사만이
무너져가는 공교육 바로 세울 수 있어

교육부총리의 제자 논문 표절 논란으로 창피스런 시비가 분분하다가 임명된 지 보름도 안돼 물러났다. 전교조 선생들이 북한의 주체사관에 따라 써놓은 역사책을 토씨까지 베꼈다고 욕을 먹고, 북한의 정치 포스터를 학교 환경 미화용으로 권장하는 한편 성과도 없이 주어지는 성과급을 똑같이 받겠다고 악을 써대는, 선생님이라고 불리기를 포기한 사람들의 한심한 작태를 지켜보면서, 교육자의 도리(師道)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교육자라고 하는 직업은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 사이의 사무적인 절차 즉 지식의 전수만으로 책무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선생님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제자들에게 지식 전수보다 인격적 감화를 주고, 그것이 가슴에 새겨져 평생토록 잊혀지지 않게 하는 일이 더 주요한 업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를 사도의 실천이라 부른다.

배우는 사람의 인격형성에 있어서는 가르치는 사람의 해박한 전문 지식도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가르치는 사람의 인간됨이 우선한다. 그의 인품과 덕성이 학생의 인성을 형성하는 바탕이 되기 때문에 우리는 예로부터 학식과 덕성을 겸비한 인격자를 스승이라 부르고 흠모했다. 고매한 인품을 갖추지 않은 사람의 지식은 대단히 위험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줄기세포 논문사건'에서도 보았고, 전교조의 '계기수업 자료'에서도 보았고 교육부 수장의 낙마에서 또 보았다.

이기주이적인 소아적 권력에의 욕망을 충족시키려, 하찮은 지식과 권모술수를 동원하는 일부 선생님들의 한심한 작태는 어떤 방법으로도 근절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이슬비에 옷 젖듯이, 국가와 민족을 망치는 크나큰 우환이 다가올 것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교육은 주지교육에만 치우쳐있을 뿐, 덕육면(德育面)에 너무 등한하다. 그리하여 학원에서 여러 불순하고 부조리한 일이 층생첩출(層生疊出)로 발생하고 있다. 우리 민족 국가의 장래를 위해 진정 통탄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전인교육은 말로만 떠들어 대고 있지, 그 실천이 눈에 띄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없다"

22년 전에 서울대 이희승 교수가 쓴 글이다. 20년이 더 지난 지금에도 우리 교육은 이 모양에서 조금도 나아진 것이 없다. 도리어 스승은 없고 공교육은 무너져만 가고 있는데 너나없이 통탄만 하고 있다.

대대적인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교육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학생들이 훌륭한 교사(best teacher)에 의해 교육받는 것이라고 믿으며 우수한 교사를 채용하고, 유지하는 것은 결국 교장에게 달려 있다'면서 이를 국가적 차원의 정책으로 시행하고 있는데 지금 우리는 전교조의 반대로 '교원평가'조차 못하고 있다. 교장에게 교사 초빙권은 물론 전보권 조차 없다. 이런 상태에서도 우수한 인재를 기르고, 학교운영을 잘하라고 추상같은 지시만 받고 있다.

정운찬 서울대 전 총장은 "지식인에 대한 사회의 존경심이 식어 있음을 도처에서 봤다. 우리 사회는 더 이상 지식인을 호의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이 말을 패러디하면, 교사에 대한 사회의 존경심이 도처에서 식어 감을 목격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더 이상 교사를 호의적으로 보지 않고, 철밥통 직업으로만 생각할 뿐이다.

냉철하고 풍부한 전문 지식과 인품을 겸비하고, 교육자로서의 뜨거운 사명감이 더해져야 불신 받는 교사사회가 국민으로부터 존경받고, 무너진 공교육이 바로 서게 될 것이다.

김 영 길 서울중앙지법 조정위원 전 성동고 교장·서울

(그 옛날 울산토박이들은 태화강을 '태홧강'이라고 발음합니다. 맑고 아름다웠던 그 '태홧강'은 울산사람들에게 마음의 고향입니다.

칼럼 '태홧강'은 울산을 떠나 다른 도시에 살면서도 가슴 한켠에 울산을 품고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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