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셔틀콕으로 선수생활
작년에 휠체어 마라톤 전향
장애인육상실업팀 창단'꿈'

"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해서 금메달을 따는 게 목표입니다."

오는 9월 울산에서 열리는 제26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울산대표로 휠체어 레이싱 800m, 1500m, 5000m 그리고, 400m 단체릴레이에 출전하는 김종훈(33)씨.

울산장애인체육협회에 근무하는 김씨는 최근 체전준비를 위해 일주일간의 휴가도 반납하고 맹훈련 중이다.

지난 2002년 교통사고로 1급 지체장애인이 된 김씨는 사고 이후 4개월간 병원 침상에 누워서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당시 주위에서는 휠체어라도 타면 다행이라고 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힘들게 힘들게 1차 치료를 끝낸 김씨는 경기도 광주에 있는 삼육재활원으로 옮겨 본격적인 재활치료를 받게 된다. 지금으로선 최선을 다해 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재활치료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김씨는 지금 누구보다 건강하고 강인한 정신의 소유자다. 재활치료를 끝내고 울산으로 내려온 김씨는 현재 울산장애인체육관 사무국장인 박천문씨의 권유로 2004년 24회 전국장애인체전에 배드민턴 선수로 출전하게 된다.

"체전에 출전한 뒤 인생이 바꼈습니다. 저와 같은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배드민턴 코트를 자유자재로 누비는 모습을 보면서 제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리고 오기가 생겼습니다."

체전이 끝나고 김씨는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하게 된다. 당시 장애인체육의 불모지였던 울산에서 운동을 배우기 힘들었던 김씨는 서울, 부산, 대전 등 전국의 유명한 배드민턴팀과 선수들을 쫓아다니며 운동을 배웠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울산에서 동료들과 운동을 하며 김씨는 나와 같은 장애인들을 위해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대구미래대학 사회복지과에 입학,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운동을 하면서 주위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운동을 하다보니 어느 순간 나보다 어려운 동료들의 휠체어를 밀어주며 도와주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된거죠."

그렇게 김씨는 운동을 하며 장애를 받아들였고,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익혀왔다. 지난 2004년과 2005년까지 배드민턴 선수였던 김씨가 휠체어레이싱으로 종목을 바꾼지는 불과 1년. 지난해 서울국제휠체어마라톤대회에 출전했던 것이 계기가 됐다.

"일반부 5km 부분에 출전했습니다. 정말 힘들게 5km를 완주하고 운동장에 들어와서 쉬고 있는데 하프코스, 풀코스 선수들이 주경기장에 들어왔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이 사람들은 이렇게 잘 하는데 나는 이것 밖에 안되나하고 욕심이 생겼습니다."

내년부터 김씨는 전국장애인협회에 육상선수로 등록, 장애인올림픽 출전권을 얻기 위한 단계를 밟아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김씨가 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우선 생계가 걱정이기 때문이다.

최저생활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협회 월급만으로 사는 것도 버거운 데 운동에 전념하기란 턱없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김씨는 울산시 장애인육상실업팀 창단을 목표로 1차 기획안을 작성, 조만간 울산시에 제출할 예정이다. 장호정기자 zzangij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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