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담배에 얹어 걷어 들인 건강증진부담금에 이어 이번에는 주류에도 5%의 부담금을 징수하겠다 정부 방침이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정신보건 부담금"으로 마련되는 1천250억원 정도의 재원을 이용해 음주폐해 예방사업과 알코올중독 치료 및 재활사업 등에 사용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국민을 위해 보건복지 사업을 한다는데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문제는 방법이다. 말이 좋아 부담금이지 사실상 세금을 더 걷는 셈이다. 취지가 아무리 좋다해도 정부가 각종 명목으로 목적세 성격의 부담금을 국민들에게 마구 떠안기는 것은 안된다. 지금도 세금이 많은 주류에 부담금까지 얹는다면 소비자들의 반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소주의 경우 담세율이 53%나 되는데 게다가 건강부담금이 추가되면 그 부담이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올게 뻔하다.

 부담금을 부과해서 술의 소비와 과음을 억제하는 효과를 얻는다는 주장도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얘기다. 단적인 예로 담배에 부담금을 부과해서 금연효과가 얼마나 지속됐는지 모르겠다. 한동안 담배가 덜 팔리는듯 하다가 다시 소비증가로 돌아선 것이 현실이다. 술 부담금 역시 소비억제는 커녕 업자들만 배불리게 만들 것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다면 술을 어디서나, 누구나 손쉽게 구입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는 국내 환경을 고치는 작업부터 손을 대야한다. 한국처럼 술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나라가 어디있는지 모르겠다. 우리처럼 술을 많이 마시고 마구 낭비하는 나라도 없다. 세계 제1의 술 소비국이라는 부끄러운 통계가 나올 정도다. 법으로 금지된 학교 근처까지 술집이 들어서 영업하고 룸살롱 등의 호화판 술집들이 전국 도처에서 번창하고 있다. 이제와서 정부가 주당들 건강 걱정한다면 순서가 잘 못돼도 한참 잘못 됐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알코올 남용의 폐해 등에 대해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 이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무엇보다 막대한 주세 수입의 일부를 나누어 사용하는 방법을 부처간에 협의해 보기나 했는지 납세자들은 궁금하다. 보건부담금은 그 다음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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