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출산 기피 현상이 사회문제로 이어질까 걱정이 된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들의 평균 출산율이 일본, 프랑스, 영국, 스웨덴, 노르웨이 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 기준으로 가임여성 한 명이 낳는 평균 자녀 수가 1.3명 이었고 이런 추세라면 2020년 이전에 인구 감소가 시작될 전망이라고 한다.

 출산율 저하의 부정적 영향은 산업분야의 생산력 뿐만 아니라 각 분야의 역동성이 떨어져 국가 경쟁력과 사회 분위기가 저하되는 데 있다. 더욱이 출산기피로 젊은층의 증가율이 노령 인구의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해 노인들을 부양해야 하는 젊은이들의 각종 사회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100년 이상 출산율 하락세가 지속되며 사회 복지 기반을 갖춰놓은 일부 유럽국가들과 달리 우리는 이제 겨우 사회 복지 개념을 도입하기 시작한 터다. 복지 기반을 어렵사리 갖춰가는 중에 비용을 제공할 젊은이는 줄고 혜택을 받을 노인들만 늘어가는 현상은 과장 없이 얘기해 곧바로 국가 흥망과 연결시켜 생각해 볼 문제다.

 출산 기피 현상은 개인적으로도 노후의 불행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은 풍조다. 개인별 차이는 있겠으나, 젊어서 자식을 낳아 기르고 늙어서 자손 번영을 보는 것이 인간 삶의 보편적인 패턴이다. 무자식 상팔자라는 말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니라고 해도, 그런 주위 환경 속에서 자식 없이 노후를 보내는 일은 더 외로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선진국의 아이 못 낳는 부부들이 입양아를 키우는 경우나 유럽 일부 국가 길거리에서 어린이 납치행위가 빈발하는 경우 등을 남의 일로만 볼 것이 아니다. 국가나 사회가 부유해지면 부유해질수록 식구 없는 외로움은 더욱 커질 것이다. 거창하게 얘기하자면, 부모로부터 생명을 받은 사람으로서 새 생명을 낳아 기르는 것은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의무이기도 하다.

 최근의 출산 기피증은 아무래도 남자 쪽보다는 여자가 더 심할 것으로 판단된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늘어나는데도 불구, 출산에 대한 배려는 커녕 출산으로 인한 불이익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임신, 출산, 육아를 당사자와 함께 국가가 공동으로 책임진다는 의식을 보편화해 출산·보육 수당 뿐만 아니라 기업 등의 육아시설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출산 장려대책이 긴요하다. 젊은 여성들이 아기 낳기를 꺼리는 풍조가 없어져야 하는 것이 대전제임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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