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인사
따뜻한 인사 한마디는 '사랑의 선물'

내가 근무하는 대학에 인사를 안 하고 안 받기로 유명한 교수 한 명이 있다. 어디에서도 앞만 보고 가는 사람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부분 그를 보면 본능적으로 인사를 하곤 한다. 그래도 그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인사를 하고 난 후 괜히 했다 싶어 후회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인사는 사회 언어학적으로 자신이 상대방과 가까이 하고 싶어 하는 심리의 표출이라고 한다. 즉, 인사는 상대방과 관계를 좋게 맺고 그것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의 표출이다. 결국 인사를 받지 않는 것은 인사하는 사람과 가까이 하기 싫다는 표현으로 해석된다. 반대로 어떤 사람이 상대방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 것은 그 상대방과 가까워지고 싶지 않다는 것과 같다.

우리의 전통적인 인사법은 절인사와 말인사를 같이 하는 것이다. 말인사를 하지 않고 고개와 허리만 숙이는 절인사로만 하거나, 반대로 고개와 허리는 숙이지 않고 말인사로만 하는 인사는 옳은 인사법이 아니다. 어떤 사람은 고개만 까딱하면서 인사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인사는 상대에게 불쾌한 감정을 가지게 하므로 인사를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인사할 때 고개와 허리의 숙임 정도는 상대방과의 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상대방이 자기보다 손위일수록 허리를 많이 숙이고, 반대일 경우는 적게 숙이면 된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허리를 숙이는 것도 예가 아니다. 큰절 할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조상이나 부모에게 큰절할 경우, 두 손은 가까이 붙이고 머리는 땅에 닿을 정도로 숙여야 한다. 반대로 동급이거나 손아래 사람에게 큰절을 할 경우, 손아래일수록 허리는 그만큼 덜 숙이고 두 손도 더 많이 벌리면 된다.

서양 사람들은 절인사를 안 하고 말인사만 한다. 그들은 절인사 대신 악수를 하거나 손을 들어 흔드는 손인사를 하기도 한다. 그것이 서양 인사법이다. 몇 해 전에 서양인인 히딩크 전 축구 대표팀 감독이 운동장에서 우리 관중에게 손을 흔들고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절인사하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우리는 그 모습에서 히딩크 감독의 한국인다움과 한국적 정서를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그 절인사가 바로 한국인다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사를 하면서 주고받는 말의 양과 시간은 만나지 못한 기간과 친밀도에 따라 비례한다. 서로가 만난 지 오래될수록 친밀도가 높을 수록 인사말의 양은 많아지고 인사하는 시간은 길어진다. 서로가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인사말이 적거나 반가운 모습으로 맞이하지 않으면 그것은 서로가 그만큼 친근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가까운 관계임에도 반갑게 인사하지 않으면 서로 마음속에 미운 마음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이것이 인사하기의 본질이다.

우리 모두 매일 일터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반갑게 인사하고,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에게 반갑게 다가가 인사하고, 이웃끼리 웃으면서 인사하고, 자고 일어나서, 나가고 들어와서 부모님께 인사하고, 어린이는 어른에게, 학생은 선생님에게, 가족이나 친지는 서로에게 웃으면서 따뜻한 인사말로 인사하도록 하자. 상대방에게 다정하게 하는 인사는 사랑이 담긴 선물을 주는 것과 같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인사하는 것만큼 힘들이지 않으면서 상대방과의 관계를 가깝게 할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임규홍 경상대 교수 진주

(그 옛날 울산토박이들은 태화강을 '태홧강'이라고 발음합니다. 맑고 아름다웠던 그 '태홧강'은 울산사람들에게 마음의 고향입니다. 칼럼 '태홧강'은 울산을 떠나 다른 도시에 살면서도 가슴 한켠에 울산을 품고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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