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최모(56)씨는 남편의 퇴직, 자녀의 결혼 등에 이어 한적한 교외로 이사하는 등 지난 3년동안 많은 일을 겪었다. 전원생활이라지만 도심 내 주택을 팔아 아이들 결혼 비용을 충당한 뒤 고향의 낡은 한옥을 개조해 사는 것이다.

시골 생활에 만족하려 노력했지만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날엔 밤잠을 설쳐야 할 만큼 마음이 상한다. 점점 의욕을 잃고 외출도 귀찮다. 시집 간 딸에게 하루 5~6통의 전화를 거는 일은 보통이다. 늘 전화기를 들고 있어야 안정이 되고, 급기야는 먼저 전화를 걸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또다시 전화통에 매달려 울먹인다. 딸의 소개로 찾은 한 정신과클리닉에서 최씨는 갱년기와 빈둥지증후군이 주요 원인인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환경적 요인도 문제지만 가을마다 되풀이되는 계절성 요인도 우울증을 악화시키는데 한 몫 한다고 지적한다. 기온이 낮아지고 해가 짧아지는 가을이 되면 우울증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울산시 남구정신보건센터 설석구 센터장은 "일조량의 변화가 사람의 성행동, 수면, 기분 등을 조절하는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하면서 무기력증과 우울 증세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알려준다. 특히 "40~50대 이상 여성 환자가 60~90%정도 두드러지게 늘어나므로 가족 구성원 중 중년 여성들의 이상 징후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인다.

우울증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병이지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전문기관의 치료가 불가피하다. 2주 이상 공허한 느낌이 지속되면 일단은 병원을 찾아야 한다. 치료는 상담과 광선치료,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찾아주는 약물치료 순으로 진행된다.

설 센터장은 "처음부터 전문병원을 찾기가 부담스럽다면 정신건강센터를 비롯 지역 내 상담기관을 이용해 최소한 자신의 상태를 먼저 파악하는 노력이라도 기울이라"고 주문했다.

홍영진 객원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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