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민원처리 등 자주 찾다보니 이젠 가족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이에요."

최귀자(36·동구 화정동)씨와 이점수(59·중구 복산2동)씨는 장애인이지만 울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 소속된 가정봉사원으로 남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울산광역시장애인종합복지관은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의 집안일을 돕고, 경증 장애인과 저소득층의 자활의지를 높이고자 가정봉사원 파견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장애인종합복지관에 소속된 가정봉사원은 장애인 3명, 저소득층 3명 등 모두 6명이다.

지난해 8월부터 가정봉사원 일을 하고 있는 최귀자씨는 지체2급 장애인이다. 하반신 장애로 전동 휠체어를 사용해야 하지만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지체1급 장애를 가진 40대 남성을 돕고 있다.

최씨는 일주일에 세번 장애인의 집을 방문해 빨래와 청소에서부터 시장보기, 각종 민원처리 등을 해결해주고 있다.

그는 "내가 장애를 갖고 있다보니 상대방이 어떤 때 불편할까 쉽게 알 수 있다"며 "꼭 방문일이 아니더라도 자주 들여다 보게 돼 이제는 가족같다"고 말했다.

장애인종합복지관은 가정봉사원들에게 차비 명목으로 소량의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최씨는 "무엇보다 내 힘으로 돈을 벌어 우리 아들에게 맛있는 걸 사줄 수 있다는 것도 뿌듯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체6급 장애를 가진 이점수씨는 벌써 4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베테랑 가정봉사원이다.

이씨는 남구 달동까지 버스를 타고 다니며 시각장애인 노인과 지체2급 장애인의 집에서 봉사를 하고 있다.

8년전 교통사고로 다리 장애를 입은 이씨는 "장애인이 됐다는 사실에 심한 절망감을 느꼈지만 가정봉사원 활동을 하면서 재활의지는 물론이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몸이 건강할 때는 잘 몰랐지만 내가 장애인이 되고 보니 더 힘들고 어려운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며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흐뭇하다"고 말했다.

사랑을 전하는 봉사활동이지만 항상 기쁜 마음으로 일할 수는 없다. 가정봉사를 나간 집에서 '청소해주러 온 사람'이라고 말을 한다든지, 돌봐주던 장애인이 세상을 떠났을 때는 속이 상해 가정봉사원을 그만두고 싶은 때도 있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장애인의 심정을 잘 아는 두 사람은 "힘이 닿는데 까지 나보다 더 힘든 장애인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송희영기자 shy@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