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짜기에서 태어났기에 산울림 메아리를 좋아했다. 어렸을 적 막힌 가슴을 열려고 강변에 나가 강을 병풍처럼 휘어감고 있는 산을 향해 "아~" 하고 소리를 지르곤 했다. 얼굴 없는 메아리를 좋아한 것이 인연이 돼 한 평생 메아리란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메아리 속에서 살고 있다. 작은 메아리를 자유공간에 던짐이 인연이 되어 줄 것을 몰랐다.

철없을 적 듣지 못하는 또래를 만나면 갑갑해 하고, 동정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그래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학교 문을 열었는지 모른다. 이곳에서 교육을 하다 보니 청각장애인들이 말을 바르게 듣지 못하고, 자기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바르게 전달하지 못해 아픔을 겪는 일을 많이 보아왔다. 그들은 그 말들의 다툼 속에 끼어 아파도 아프다고 하지 못했다.

그들의 갑갑하게 막힌 귀를 시원하게 뚫어줄 수는 없을까? 그 길을 찾아 나선 결과 인공달팽이관 이식수술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을 소문으로 알게 되었다. 그 길 찾아 정신없이 뛰어다니다 보니 발자국이 오솔길로 이어져갔다. 그 오솔길을 좀 넓게, 좀 더 바르게 닦아 나가고자 이름 붙여 본 것이 메아리귀문화사업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다. 갑갑하던 귀를 밝게 들리게 하고, 바르게 말하게 가르쳐 나가는 일을 정리해 나가다 보니 삼정일화(三正一和·바르게 보고, 바르게 듣고, 바르게 표현하는 법을 제대로 익혀 어엿한 사회구성원으로 함께 화(和)할 수 있도록 하자는 뜻) 교육방법이란 것으로 틀이 짜이게 됐다.

삼정일화 교육방법이 보다 바르게 정리되어 우리나라 곳곳에 메아리치게 하는 일이 메아리를 좋아하는 이 사람의 몫이기도 한 듯하다. 이 길을 닦고 넓히고자 지금도 주위 사람들에게 이 일에 나서자고 체면없이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이 길을 닦는데 도움이 되는 일을 찾고자 메아리가 좋아 새벽잠을 깨어나서 메아리를 한바퀴, 두바퀴 주위를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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