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이 급증하면서 7월의 여행수지 적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상수지도 간신히 흑자를 유지 했지만 8월에는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는 보도다. 97년 환란 때의 상황을 떠올리며 벌써부터 위기감을 갖는 모습까지도 시중 이곳 저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등 심상치 않는 분위기다.

 국민들의 해외여행은 원칙적인 면에서는 장려되는 게 바람직하다. 비싼 달러를 외국에 떨어뜨려 놓고 오긴 해도 그만큼 국민 각자의 식견이 넓어지는 등 궁극적으로는 국가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선 나라 살림이 탄탄하고 대외수지 균형이 웬만큼은 균형을 이루는전제 아래서나 실현 가능한 얘기다. 공적자금 손실분, 마무리되지 않은 부실 기업처리문제 등으로 인해 재정적자 탈피가 요원해지고 거기에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설 위험을 안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는 국민의 해외여행도 자제돼야 마땅하다.

 해외여행 증가 뿐만 아니라 근로 의욕 감퇴, 고급 소비재 수입 증가 등이 점차 심해지고 있다. 각자의 책임이기는 하지만 지난 몇년간 지속돼온 경제부처 관료들의 장밋빛 경제전망도 국민의 경제 마인드를 흐트러뜨리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지적된다. 요만큼만 일해도 나라 경제는 잘 돌아간다는데야, 게다가 정부가 앞장 서서 주5일 근무제 시행을 추진할 정도로 여유를 보이는데야, 일손이 해이해지지 않을 사람이 없다. 거기다가 툭하면 근로자에 대한 세금감면 뿐만 아니라 정치권까지 나서서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등의 얘기까지 내놓던 터니 놀자판에 끼어들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게 보이는 세태다.

 환란 초기, 의식 있는 몇 몇 지식인들은 빨리 극복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경고 했었다. 대중 인기에 영합해야 하고 실적 홍보에 급급했던 정치권과 정부는 일단 봉합하고 보자는 식이었고 그 후유증은 이제부터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 어차피 한번은 치러야 할 과정이라면 이번엔 철저하게 치러내야 한다. 차제에 정부는, 지나친 비관론도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막연한 낙관론은 그보다 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