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처조카 이형택씨가 주도 했다는 보물발굴 사업에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이 개입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국가 중추기관인 청와대의 도덕성과 권위가 무너지고 있지 않으냐는 우려를 낳게 한다. 이 수석은 25일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이형택를 만나지 않았다고 부인하다가 오후에는 만났다고 말을 바꿨다. 이형택씨를 국정원에 연결시켜 줬다는 항간의 소문도 부인으로 일관하다가 나중에 번복 했다고 한다.

실제 비리를 저질렀는지 여부는 앞으로 밝혀질 일이지만 어떻게 그리 쉽게 말을 바꾸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하늘에 대고 맹세하고 할복까지 운운하던 어떤 수석 비서관이 웃음거리로 전락한 것이 바로 얼마 전 일이다. 현직 수석 비서관 중 최장수를 기록하고 있는 이 비서관의 배후에 또 다른 권력의 실세가 개입한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을 지울수 없게 하는 이유다. 지근거리에서 대통령을 보좌 한다는 비서관들이 이 모양이니 현 정권에 대한 신뢰도는 말할 것도 없고 향후 국정운영이 어떻게 될지 우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보물선 인양이 수조원의 국익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신빙성이 있느냐를 알아볼 필요가 있었고 그래서 이형택 씨를 만나보고 국정원에 연결시켜 줬다는 것이 이 수석의 해명이다. 그러나 국익 차원에서 일을 처리하려 했다면 규정된 절차를 밟아 해결하면 되었을 것이다. 경제 수석과는 지휘계통도 닿지 않는 국정원 차장에게 직접 연락해 신빙성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 우선 납득이 안 간다. 수석 비서관에게 접수가 됐으면 비서실장에게 보고가 돼야 할 것이고 비서실장은 대통령에게, 대통령은 직속기관인 국정원이나 여타 기관에 확인을 요청하고 신빙성 여부에 따라 추진여부를 결정하면 그만이다.

이제 사상 최초로 부패방지위원회가 출범했고 양파 껍질 벗기듯 하나씩 하나씩 의혹을 파헤쳐 가는 특검 활동 또한 의욕에 넘쳐 있다. 아직도 드러나지 않은 숨겨진 배후들은 막연한 보호막에 기댈 것이 아니라 차라리 솔직히 자백하고 책임이 있다면 응분의 대가를 치르는 떳떳한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사실을 사실대로 밝혀 의혹을 풀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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