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절개에 대한 충격적인 보도가 있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행되는 〈건강보험〉 8월호에는 작년도 제왕절개 시술율을 밝히고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 제왕절개율은 39.6%로서 미국, 일본, 유럽의 평균 시술율 20여%를 훨씬 웃돌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의 제왕절개율도 놀랍지만 우리 울산의 제왕절개 수치는 경악을 금치 못하는 수준이다. 울산은 전국 평균치보다 6%정도 높은 45.4%였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낮은 광주의 26.7%와 비교해 보면 거의 두 배에 가깝다. 더욱이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 울산지역의 대표적인 모 산부인과 병원의 제왕절개 시술율이 전국최고인 53.6%라는 경이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오늘날 우리 울산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부들 둘 중에 하나 꼴로 "어여쁜 나비"의 탄생을 위해 "누에고치의 허물"을 뱃속에 그렸다는 말이 된다.

 원래 제왕절개술은 태아가 바로 들어서지 못했거나 노산이거나 임신 중독증 등 난산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시술되는 것이 마땅하다. 제왕절개술이 분명 비정상적인 출산의 형태인데 울산이 세계 최고의 제왕절개율을 기록했다면 울산에 살고 있는 우리들로서는 한번 짚어 볼 필요가 있다.

 몇가지로 추정해보면 우선, 첫아이를 제왕절개해야 할 경우 둘째 아이까지 당연히 그에 준해야 한다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나 역시 그 중의 한명이다. 임신중독이라 하여 첫 아이를 제왕절개로 출산했고 둘째 아이까지 선택의 여지도 없이 제왕절개를 해야 했다. 첫 아이를 제왕절개 한 산모가 둘째 아이를 자연 분만을 할 경우 위험이 따른다는 것은 정확한 데이터나 과학적인 근거도 미흡한 것 같은데 산모들에겐 상식으로 통용되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이런 경우에 대한 좀 더 과학적이고 의학적인 검증이 있었으면 좋겠다.

 또 산고의 고통을 회피하려는 "나약해진 요즘 산모"를 들 수 있겠다. 우리네 전통엔 산고가 심할수록 효자난다는 말이 있고, 산모와 아이가 함께 하는 산고는 자연의 섭리로 여겨져 왔다. 타 지역에 비해 높은 제왕절개율 속에서 산고 없이 태어난 수많은 울산 아이들의 정서는 타 지역 아이들에 비해 나약한 면이 있지 않을까, 그들이 사는 동안 마땅히 치루어야 할 어려움을 회피하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도 된다. 극단적인 표현일지는 모르나 이는 울산의 미래와도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심각성을 지닌다고 할 수도 있다.

 다음으로 공업도시 울산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공해 환경 때문에 우리 지역의 산모들이 다른 지역보다 비정상 산모가 많은가?"하는 의심도 든다. 환경적인 문제 때문이라면 이 점은 울산의 현재와 미래의 존립과 경쟁력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므로 시급한 처방이 필요할 것이다.

 이도저도 아니라면 "산모는 평균적인데 우리 지역의 산부인과 의사들의 취향이 문제인가? 그렇다면 그들의 취향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품어 볼 수 있다. 수치로 보면 울산지역의 의사들은 자연분만 보다 제왕절개술을 선호하고 있다. 만일 울산의 높은 제왕절개율이 울산지역 의사들의 취향에 의한 것이라면 그들은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며 또한 자성해야 한다.

 모두의 일은 그 누구의 일도 아니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울산의 많은 여성과 남편들은 마땅히 그들과 싸워야 할 것이며, 그리고 현행법상 자연분만과 제왕절개 사이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에 관한 부분도 고쳐져야 할 것이다.

 우리사회의 출산문화가 빨간불 앞에 서 있는 지금, 이렇게 절개율의 수치가 높으면 당연히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와야 되는데도 그렇지 못한 우리 울산의 현실이 안타깝고 한심하다. 높은 제왕절개율 수치는 더 이상 산모와 병원의 몫이 아니라 보다 체계적이고 정책적인 관리와 교육이 필요함을 제시해 준다. 범시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야하고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내려져야 할 것이다.

 아무튼, 내년의 조사에서 우리 울산지역의 제왕절개율이 세계최고의 수준에서 세계보통 수준으로 낮아지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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