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자산소득에 대한 합산 과세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논란의 초점은 헌재의 결정이 결과적으로 부유층의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것이다. 조세의 형평성과 우리나라 가족관계의 현실 등을 면밀히 고려해 균형감 있는 개정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대학병원 의사인 최모씨가 지난 2000년 제기한 이 헌법소원 사건에 대한 헌재의 위헌 결정은, 일단 헌법 정신에 비추어 볼 때는 이의를 달 수 없을 것 같다. 헌재의 결정문 내용대로 합산과세는 혼인부부를 일반인에 비해 차별하는 것이다. 또 독일과 일본에서도 한참 전에 합산과세제를 폐지하는 등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이 제도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선진국과 여러 면에서 차이 나는 우리의 현실에서 비롯된다. 우선 최씨 부부처럼 각자의 소득이 고루 높은 부부는 아직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경우가 못된다. 맞벌이가 자리잡아가는 추세이긴 하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남편은 돈을 벌고 아내는 내조를 하는 것이 전통적인 우리의 부부상이었다.

 헌재의 이번 결정이 서민들로부터 환영 받지 못하는 것은 시기 상의 문제 때문이기도 하다. 헌재의 결정이 있기 바로 전날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은 근로소득세 면세점을 동결시키는 등 서민층에 대한 혜택을 대폭 줄인 내용으로 돼 있다. 그런판에 결과적으로 고소득층에 유리한 결정이 나왔으니 조세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부부 합산으로 종합소득 과세표준액이 1억원인 부부가 630만원의 절세 혜택을 볼 것으로 계산된다. 그러니 아무리 헌재의 결정에 하자가 없다고 하더라도 서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혼인 부부를 일반인에 비해 차별하는 것이라는 얘기도 우리 현실과는 다소 괴리가 있어 보인다. 서구와는 달리 아직까지는 혼인 부부가 대종을 이루는 게 우리사회다. 차별대상으로 꼽은 일반인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는 얘기다. 또 부부 사이에서 주머니 돈이 쌈지 돈이라는 얘기는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헌재의 결정이야 그렇게 났다고 하더라도 관련법 개정과 세정 운용에서는 이런 상황을 잘 고려해 공평과세 원칙에 어긋남이 없도록 충분한 배려가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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