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학에서는 교사와 학생과 교재를 교육의 3요소라 하지만, 부모라는 요소가 밑바탕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우리나라를 뒤흔드는 갖가지 교육문제의 밑바닥에는 언제나 부모가 버티고 있음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부모의 교육기능에 대한 구체적인 문제의 제기와 대안의 논의는 소홀하다 못해 방치상태다. 대단히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자식에 대한 지나친 사랑이 문제부모를 만들고 있으나, 이를 나무라기는 참으로 어렵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부모들은 조기교육이 자녀의 발달을 촉진하는 것으로 철석 같이 믿고, 타인과 눈길을 맞출 생물적 능력이 길러지기도 전에 외국어를 가르치려고 기를 쓰고, 점수만 최고로 내세우면서 길러놓은 왕자와 공주들은 자기중심적이고 유아독존적인 정신지체자로 자라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우리나라 국민성으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 부모들의 자식사랑의 힘은 누구도 말릴 수 없다. 대학입시에서 수능시험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발표가 나오기가 무섭게 곧바로 어느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들먹거리게 하고, 논리적 사고력 신장을 위해 논술고사를 도입한다 하면 어느새 논술 족집게 과외에 벌떼처럼 몰려드는 현상들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지금까지 가정에서 교사의 역할을 해온 부모들은 학교교사와는 달리 교사자격증 없이도 수 천 년 동안 훌륭한 교육행위를 해온 위대한 교사였다. 일년 정도 한시적이고 간헐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학교의 담임 또는 교과교사에 비해 부모는 자녀에게 20년 이상 강한 교육적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미치기 때문에 인성교육에 절대적인 힘을 갖는다. 특히 아동기의 영향력은 더욱더 중요하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교육문제를 해결하기위한 기본적 방안은 가정에서 교사의 역할을 담당하는 부모들의 교육의식과 안목을 변화시키는데 있음을 위정자들이 깨달아야 한다. 어쩌면 알고 있으면서도 손을 놓고 있는지도 모른다.
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의식변화를 위해, 부모들이 교사로서의 자격을 갖추기 위해 국가차원의 부모교육을 제도화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부모교육의 목적과 내용 및 방법은 물론이고, 행·재정적 지원에 의한 평생교육 차원의 상설기구 설립 등 구체적인 계획과 국가수준의 강력한 추진만이 산적한 교육문제를 해결하고, 구호에만 그치고 있는 인성교육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다.
우리 부모들에게 양질의 부모 교육이 체계적으로 제공된다면, 세계 제일의 교육열은 합당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순기능을 발휘할 것이고, 우리의 교육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김영길 서울중앙지법 조정위원·서울
(그 옛날 울산토박이들은 태화강을 '태홧강'이라고 발음합니다. 맑고 아름다웠던 그 '태홧강'은 울산사람들에게 마음의 고향입니다. 칼럼 '태홧강'은 울산을 떠나 다른 도시에 살면서도 가슴 한켠에 울산을 품고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