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글이 창제된 지 오백육십 돌이 되는 해이다. 그리고 어제는 이 한글 창제를 기념하는 여든 번째 맞은 한글날이었다. 우리 겨레가 가지고 있는 가장 귀한 두 가지를 꼽으라면 우리말과 우리글이다. 수천 년 동안 주위의 열강 속에서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오늘날 우리를 있게 한 원동력은 바로 우리말이다. 그리고 우리 겨레를 있게 한 것이 우리말이었다면 그 말을 담아 아름다운 문화를 꽃피우고 경제 대국을 이룰 수 있게 한 것이 우리 글자이다. 그런데 우리는 오랫동안 고유한 말은 있었으나 그것을 적을 수 있는 글자가 없이 살아 왔다. 수천 년 동안 우리 겨레는 반쪽 언어생활을 하면서 살아왔다는 것이다. 일부 지배계층과 양반계층은 한자로 정보를 독점하려 했고 그 정보를 통해 그들만이 지배 권력을 독점하려 하였다. 세종임금은 한자 지배층의 강력한 반대와 당시 대국으로 섬겼던 한자 사용국가인 중국의 견제를 이겨내고 우리 글자인 한글을 만들었다.

세종임금은 글자가 없어 어려움을 겪는 우리 겨레의 마음을 다음과 같이 서문에 적었다. '나라말이 중국과 달라 문자와 서로 통하지 않아서 이런 까닭으로 어리석은 백성이 말하고자 할 바가 있어도 마침내 능히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서 내 이를 가엽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드노니 사람마다 하여금 쉽게 익혀 날로 씀으로써 편안케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 당시 상황에서 일국의 임금이 백성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위와 같은 말을 하고 글자를 만들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한글은 세계 문자사에서 글자를 만든 사람과 시기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유일한 글이며, 소리 나는 기관(발성 기관)을 본떠서 만든 유일한 글이다. 그리고 한글은 음운 체계와 일치하는 음운학적으로 뛰어난 글자이며, 어떤 글자보다도 쉽게 배울 수 있는 글자이다.

세계의 언어학자들도 한글을 보고 탄복을 하고 감탄한다. 미국의 언어학자 레드야드 교수는 한글을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문자의 사치이며,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문자'라고 하였다. 1997년에 유네스코에서 훈민정음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였고 문맹퇴치에 공헌한 개인이나 단체에 세종상을 준다는 것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나라밖에서는 우리 글자의 우수함에 감탄하고 세계문화유산으로까지 지정하였다. 그리고 수많은 언어학자들이 우리 글자의 우수함을 인정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정작 우리는 그 귀함과 가치로움을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한글날을 그냥 단순한 국경일로 넘길 일이 아니라 우리말과 글자에 대한 우수함과 그 가치를 다시 일깨우고 교육하는 일을 해야 한다. 한글의 가치에 대한 글짓기와 토론, 한글 글자체 공모 대회, 우리말 잘 알기 대회, 방언 말하기 대회 등등 우리말과 글을 보존하고 계승 발전할 수 있는 체계적인 행사를 한글날을 중심으로 치러야 한다.

특히, 한글날을 국경일로 승격한 법률 개정 이유를 '민족사에 가장 빛나는 문화유산인 한글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국가기념일로 규정되어 있는 한글날을 국경일로 승격해 한글의 독창성과 중요성을 드높여 민족 자긍심을 고취한다'고 한 점을 되새겨 보자.

임규홍 경상대 교수·진주

(그 옛날 울산토박이들은 태화강을 '태홧강'이라고 발음합니다. 맑고 아름다웠던 그 '태홧강'은 울산사람들에게 마음의 고향입니다. 칼럼 '태홧강'은 울산을 떠나 다른 도시에 살면서도 가슴 한켠에 울산을 품고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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