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좋아하는 사람들, 울산을 사랑하는 사람들, 친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일요일마다 만나 산을 오른 지 20여 년이 흘렀다. 80년대 중반 서울에서 몇몇 고향 친구들이 시작한 북한산 새벽 등산을 계기로 이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1992년 '재경울산산우회'란 명칭으로 정식모임이 결성되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산이 좋다! 고향이 좋다! 친구가 좋다!'는 슬로건 아래 매주 만나지만, 형식적인 회칙도 없고 번거로운 입회 절차도 없다. 산을 찾는 울산 출신이면 누구든지 함께 할 수 있는 열린 모임이다. 단지 산행장소 결정 등을 위해 회장과 총무만을 두고 있으며,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고향 사람들 150여명이 회원들이다. 산행에는 보통 30~40명 정도의 회원이 참가하나, 시산제나 망년회 등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은 100명이 넘게 모일 때도 있다. 회원들은 50~60대가 많고 4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초기에는 북한산을 많이 찾았으나 그 후 관악산을 거쳐 최근에는 청계산을 주로 오르며, 월 1회 정도는 서울에서 먼 곳으로 원정을 가기도 한다. 한 때는 울산의 울산산우회, 이일산악회, 태초산악회와 합동산행을 갖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그런 기회가 자주 없어 아쉽다.

재경울산산우회는 '재경울산향우회' 및 고위직 공무원 친목 모임인 '울목회'와 함께 재경 향우 모임의 삼각 축을 이루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회원들의 긍지와 자부심이 대단하다. 산우회는 고향 사람들간의 만남의 장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고향의 소식을 접할 수 있는 정보교환창구의 역할도 한다. 고향에 대한 따끈따끈한 최신 정보를 얻는 것은 물론이고, 수십 년 전의 낡은 이야기에도 다 같이 추억을 회상하고 웃으며 스트레스를 푼다. 회원 중에는 시 낭송 전문가와 동서양 고전의 대가가 있으며, 정치 평론가와 경제 해설가가 있는 등 다양한 분야에 조예가 깊은 사람들이 많아 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하루 산행이 짧기만 하다.

또한, 산우회에 오면 울산 토속음식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청계산에 울산바위를 지정 명명한 우리는 그 곳에서 매년 시산제를 올리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정자 젓갈을 넣은 김치와 울산에서 직송해 온 미나리, 고래고기, 곤포무침, 단풍 콩이파리 등 어릴 적 먹었던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산우회다. 울산 특유의 음식 맛 때문에 회원들 사이에선 울산 큰 애기를 부인으로 둔 삼돌이의 인기가 단연 높다.

같은 울산 출신이다 보니 서로 공감대를 갖는 분야가 많다. 우선, 산우회에 오면 주위 사람 눈치 안보고 울산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쓸 수 있어 좋다. 서울 사람들이 알아 들을 수 없는 말을 능숙하게 구사하면서 우리는 동질감을 느끼고 서로가 동향임을 확인한다. 또한, 산우회 회원들은 모두 비슷한 어린 시절을 보내서인지 생각하는 바와 가치관이 비슷할 뿐 아니라, 옛 신라 화랑의 후예답게 국가와 고향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잘못된 정치상황이나 불법 파업소식에 같이 분개하고, 고향 울산의 기쁜 일에는 함께 즐거워하며, 좋지 않은 소식에는 모두 내 일처럼 걱정을 하는 착한 국민, 모범 시민들이다.

산과 고향과 친구가 있어 행복한 사람들의 사랑방, 재경 울산 산우회여. 영원하라!

양승만 건국대 초빙교수 경제학 박사·서울

(그 옛날 울산토박이들은 태화강을 '태홧강'이라고 발음합니다. 맑고 아름다웠던 그 '태홧강'은 울산사람들에게 마음의 고향입니다. 칼럼 '태홧강'은 울산을 떠나 다른 도시에 살면서도 가슴 한켠에 울산을 품고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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