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90년에 창업한 선박기자재 수출과 항만용역업체를 경영하고 있다. 매출의 80% 이상이 해외선주사인 관계로 매년 또는 격년제로 외국의 주요거래처를 방문한다. 최근에는 업무협의와 개선사항을 수렴하는 순회방문서비스를 위해 싱가포르와 홍콩을 다녀왔는데, 싱가포르항공을 접하고 크게 느낀 바 있어 감히 펜을 들었다.

 싱가포르라는 국가는 인구 400만명, 면적은 경상남도 정도의 말레이시아 반도 남단에 위치한 세계 해운항로의 중심 요충지이다. 국내 고정 항공노선이 전혀 없는 싱가포르항공의 국제경쟁력과 생존전략은 과연 무엇일까.

 더구나, 현재 경쟁항공사보다 20%정도 비싼 항공료를 받으면서도 승객은 거의 만석이고, 세계 주요도시로 취항해 흑자경영하고 있는 경영전략은 무엇일까. 비즈니스 여행중인 필자에게는 정말 궁금했기에 이른 아침에 싱가포르에서 홍콩행 싱가포르항공에 탑승했다.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업가들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미국 굴지의 기업 제너럴 일렉트릭사의 젝 웰치회장이 쓴 "끝없는 도전과 용기"를 읽으며 마음을 가다듬고 남지나해의 맑은 아침하늘을 오뚜기 모양의 창을 통해 볼 수 있어 흐뭇했다.

 국제항공운송법에는 국제항공노선을 국가간 협상을 통해 개설하되 타 국가의 국내노선에는 절대 취항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태극날개 K항공은 항공산업의 선두주자로 국민경제에 기여한 바도 크지만, 약 20년 이상 국내노선을 독점 취항했고 70년대 오일쇼크로 인한 위기의 국내경제를 일으켰던 해외취업 중동근로자를 수송하는 과정에서 국내유일의 항공사로 특수를 누렸다.

 특히, 미국의 유나이티드에어라인은 광활한 국가면적과 많은 인구 덕분에 독점적인 국내항공노선과 고정승객 수요를 갖고 있으면서도 수년째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 싱가포르항공과 비교할 때 정말 아이러니컬하지 않은가.

 그럼, 싱가포르항공의 국제경쟁력은 과연 무엇일까.

 첫째, 세계항공사의 앞서가는 기내 서비스는 싱가포르항공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기내 좌석부근에 가면 신사복 상의를 승객이 요청하지 않아도 벗기듯이 받아 걸어준다. 이른 아침에 나눠주는 따끈한 물수건은 정감을 더한다. 최신형 여객기답게 항공안전교육을 좌석앞 모니터로 해주고, 일반석에도 인공위성을 통한 국제전화서비스(Sky-Phone Service)를 제공해준다. 좌석에 부착된 모니터를 이용해 승객취향에 맞는 뉴스, 영화, 음악을 감상할 수 있어 비행시간이 지루함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

 둘째, 기내 프리드링크서비스(Free Drink Service)이다. 누구나 비행중에는 약간의 긴장속에 비행시간을 보내기 마련이다. 긴장을 풀고 여유를 갖는데도 뭐니뭐니해도 식도락이 최고다. 맛있는 식사와 약간의 와인, 위스키, 맥주, 음료를 즐기면서 휴식을 취하는데, 싱가포르항공은 식사 외 모든 주류와 음료는 국적이 어디든, 얼굴이 희든, 검든 개의치 않고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독특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80년대 해외취업을 위해 국적비행기를 이용해 출·귀국한 경험이 있는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기내에서 푸대접을 받은 아련한 추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항공을 이용했더라면 열사의 중동지역에서 외화를 벌기 위해 출국하는 애국자, 해외근로를 무사히 마치고 귀국하는 중동세대의 금의환향하는 기쁨이 배가되지 않았겠는가.

 셋째, 승무원들의 승객 눈맞추기 경쟁이다. 승무원들이 수시로 다니면서 승객들이 불편하거나 요구하는 것은 없는지 일일이 챙기는 모습이 매우 진지하다. 승무원들도 경쟁항공사와 같은 정도의 보통 서비스로는 살아남을 수 없으며 세계제일의 기내 서비스로 고객감동을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굳은 집념이 미소속에 반짝이는 눈동자와 눈맞추기 경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산업수도를 지향하는 우리 울산의 국제경쟁력은 세계도시 중 과연 몇 위일까. 세계제일의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와 지방의회, 기업인과 노동자, 상공회의소와 양대노총이 혼영일체가 되어 편안하고 편리한 도시, 기업하기 좋은 도시, 복지근로소득이 가장 높은 도시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21세기 국제경제도시 울산의 미래라고 외쳐본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