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어떤 집을 짓고 살았으며, 어떻게 변화했으며, 왜 변화하는 지를 한꺼번에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건축 양식이나 건축의 역사, 주거의 사회문화적 의미, 주거문화의 변화 등을 아우르는 연구서가 드물기 때문이다.

 울산대학교 건축학과 강영환 교수가 최근 내놓은 〈한국 주거문화의 역사〉(기문당 펴냄)는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한국 주거문화를 통시적으로 살핌으로써 한국 주거문화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도록 하고 있다.

 이미 1991년 발간한 〈한국 주거문화의 역사〉를 통해 우리 주거의 변화를 문화의 변동으로 해석하였고 시대적 범주를 해방 이후까지 확장했던 강교수는 10년만에 "새로 쓴"이라는 접두어를 단 〈한국 주거문화의 역사〉를 통해 한국 주거문화의 시대별 성격과 변화를 해석, 주거를 문화의 영역으로 파악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강교수는 주거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위해 주거에 대한 정책과 제도, 마을과 도시를 포함한 주거의 입지 환경, 주거와 관련된 시설, 배치와 공간구성, 형태와 구조를 포함하는 건축양식, 주거규범과 주생활양식 등을 두루 살폈다.

 또한 그는 연구 대상이 된 사례도 계층성이나 지역성의 차원에서 찾고 있기 때문에 시대성과 보편성을 갖는다. 그동안 건축사의 대상으로 선택된 주거가 주로 상류계층의 고급 주거였기 때문에 장인의 예술성, 기술적 천재성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우리의 주거문화로 보기는 어려웠다.

 책은 △석기시대-한반도의 주거문화의 시작·움집의 발달 △청동기 시대-마을의 형성·정착형 주거로의 발전 △고대국가시대-지상 주거로의 발전 △고려국가시대-도시주거의 발전 주거·주거 계통의 분화 △고려시대-귀족 주거의 발달·산지지형의 적응 △조선전기-사대부 주거의 형성 △조선 중기-씨족 마을의 구성·사대부 주거의 전개 △조선 후기-부농주거의 발달·서민주거의 지역성 △개항기-외래 주거문화의 유입과 영향 △일제시기-신민양식의 유입·주거의 근대화 시작 △해방이후-도시환경의 악화·주택문제의 발생·전통의 재해석 등의 11장으로 구성돼 있다.

 석기시대 움집에서부터 오늘날 아파트에 이르기까지 우리 나라 주거 문화와 변화를 시대순으로 읽을 수 있도록 배열한 것이다. 전공자를 주 독자로 설정하고 학문적 체계를 갖추고 있는 책이기는 하지만 사진과 도면을 풍부하게 사용하여 시각적 이해를 돕는 한편 각 시대별로 대표적 사례를 포함하고 그 사례를 볼 수 있는 현장이나 박물관·전시장 등을 명기하여 일반인들에게도 우리의 건축문화를 새로운 시각에서 이해·답사하도록 하는 안내서가 되기도 한다. 정명숙기자 jms@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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