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나 추석 때 고향 가는 차표를 구하느라 동분서주하는 내게, 서울에서 나고 자란 한 친구가 명절 때 찾아갈 고향이 있어서 참 좋겠다며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당시는 명절 때 차표 구하기가 지금보다 훨씬 어려웠던 시절이었던 지라 귀향 때마다 벌이는 표 구하기 전쟁을 귀찮아하던 나는 나를 부러워하는 그 친구를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커져가고, 어린 아이처럼 귀향이 기다려지면서 그 친구의 말대로 찾아갈 고향이 있어서 참 좋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다. 연어가 긴 역경과 위험을 무릅쓰고 살던 바다를 떠나 태어난 모천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본능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고향이란 단어는 한국사람들에게는 사전적인 뜻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지닌 것 같다. 자기 것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겠지만 한국사람들의 고향 사랑은 유난히 각별하다. 젊어서 외국으로 이민 간 사람들도 평생 고향에 대한 관심을 끊지 못하고 고국을 그리워하는 것도 한국인만의 특성인 듯싶다. 요즘은 교통수단이 발달되어 예전처럼 고향 다녀오기 힘든 것에 따른 간절한 그리움은 많이 감소하였으나, 여전히 고향은 가슴 뭉클한 그리움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이다.

고향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이 커질수록 고향의 좋은 소식에는 같이 기뻐하고, 좋지 않은 소식에는 내 일인양 걱정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나 뿐만이 아니라 고향을 그리워하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점일 것이다.

울산은 살기 좋은 고장의 여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산과 강과 바다가 가까이 있어 풍광이 아름답고 기온이 온화할 뿐만 아니라 사시사철 풍부한 농수산물이 넘쳐난다. 또한 도로, 철도, 항공 등 각종 교통수단이 잘 갖춰져 있으며, 특히 한국의 산업수도로 불릴 만큼 경제활동이 활발한 도시이다. 이런 좋은 조건을 갖춘 고향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고향으로부터 들려오는 소식은 가끔 걱정스러울 때가 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은 난개발로 인해 훼손되어 가고 있고, 튼튼한 지역경제는 잦은 파업으로 인해 흔들리는 것 같다. 실제로 지난 3년간 울산광역시의 재정자립도는 5.9%가 줄어 전국 16개 시ㆍ도 중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였다.

우리가 꿈꾸는 고향은 아름다운 천혜의 자연을 잘 보존하고 개발과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졸속개발, 마구잡이 개발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의 후손과 미래를 위한 개발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 고향은 시장경제가 꽃피는 풍요롭고 활기찬 지역이기를 바란다. 이는 노사의 화합, 정부의 적극적 지원 그리고 시민들의 친기업 정서가 뒷받침된다면 어렵지 않게 달성될 수 있는 목표이다.

그런데 최근 고향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듣는 이를 상당히 걱정스럽게 한다. 울산은 현재 자연환경 및 경제환경 모두 다른 지역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현명한 울산시민들이 내 고장의 미래를 생각하는 주인의식을 발휘하여 울산이 그러한 위치를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양승만 건국대 초빙교수 경제학 박사·서울

(그 옛날 울산토박이들은 태화강을 '태홧강'이라고 발음합니다. 맑고 아름다웠던 그 '태홧강'은 울산사람들에게 마음의 고향입니다. 칼럼 '태홧강'은 울산을 떠나 다른 도시에 살면서도 가슴 한켠에 울산을 품고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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