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현대미술을 추구하는 작가들의 모임인 "그레회"가 올해는 색다른 방법으로 제4회 전시회를 갖는다. 11일부터 17일까지 울산문화예술회관 제3전시장. 개막식 오후 6시30분.

 이번 전시회는 회원 전원이 1~2작품씩 내놓는 회원전이 아니라 회원 가운데 3명이 각각의 부스를 마련, 개인전을 갖는 독특한 방법으로 진행된다. 이번에 전시회를 갖는 회원은 김동인(현대중학교 교사), 심상철(현대정보과학고 교사) 차현주(천곡중학교 교사)씨.

 그레회는 "작가 자신에게 특별한 경험일 뿐아니라 관람자들도 세작가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비교하면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93년 창립된 그레회는 3년마다 전시회를 갖는 트리엔날레 형식을 빌려 96년, 99년에 정기전을 가졌다.

 이번 전시회에는 3명의 작가가 전시장을 3등분하여 3개의 공간으로 나눈 뒤 각 15점 정도의 작품으로 개인전을 꾸민다.

 김동인씨는 이번 전시회에서 "WORK-02"라는 큰 제목 속에 어릴 적 기억들을 하나하나 더듬고 있다. "서랍 속의 기억" "음악 처럼" "곤충 채집" 등의 부제를 가진 작품들은 선명한 색채들의 무질서한 뿌림과 흘림, 찢음과 붙임으로 구성돼 있다.

 김동인씨는 "질서정연함을 깨뜨리며 일정한 틀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그의 그림의 의미라며 "이번 작품의 소재는 사무치게 돌아가고 싶은 어린 시절의 추억"이라고 말했다.

 심상철씨는 설치작품을 내놓는다. 화면에 깡통과 찌그러진 병 등을 올려 붙이거나 우리가 폐품으로 보던 것 들이 새로운 이미지로 자리를 차지한다. 그의 관심은 유전자 정보에 두고 있다. 명제는 "유전자 정보 찾기"라고 하지만 실지로 그는 유전자 정보라는 것이 거의 의미가 없다는 주장을 드러내고자 한다.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결국 그 보다 상위의 과학적 사실이 드러나면 무용한 것이 되고 마는 법.

 심상철씨는 "이미 폐품이 되어버린 것들도 미술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갖는다"며 "분석을 통해 규명하려 하지 말고 아름다움 자체로 보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차현주씨는 그동안 줄곧 작품 명제로 사용해오던 "스텔라" 연작을 선보인다. 그에게 있어 스텔라는 옵아트와 미니멀 아트의 대가인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의 이름이다. "나는 언제나 회화에 낡은 가치를 지켜나가려는 패거리와 말썽을 빚고 있다"는 말을 남긴 그의 말에 공감하여 그의 작품을 본따 줄무늬를 작품 속에 끌어왔다.

 차현주씨는 "정확하게 그은 줄무늬, 구부려진 줄무늬, 숨겨진 줄무늬 등을 생명체가 끊임없이 추구하는 장식성에 결합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생명체는 나비로 나타난다. 나비는 비상과 도약의 상징이기도 하다. 정명숙기자 jms@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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