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경악케 했던 9.11테러가 발생한지 오늘로써 1년이 되었다. 미국의 세계 지배에 대한 난폭한 반란이었던 이 사건은 그 충격의 크기만큼이나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미국은 막강한 군사력을 동원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했으며 전 세계 국가들에게 미국의 절대적 지위를 인정하고 그 편에 설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라크를 상대로 두 번째 전쟁을 시작할 태세여서 전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9.11테러라는 역사적 사건의 최대의 아이러니는 미국에 치명타를 가하려던 테러범들의 행동이 오히려 미국의 물리적 힘을 극대화하는데 결정적 도움을 주었다는 점이 될 것이다. 테러범들은 어리석게도 미국의 심장부를 강타함으로써 자신들의 대의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지만 결국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초래해 탈레반과 알 카에다를 와해시키는 자해행위를 저질렀을 뿐이었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 다음 목표로 이라크를 겨냥하고 있다. 군사적 공격의 명분이 빈약하다는 국내외의 반대가 점차 거세게 일고 있으나 부시 행정부 내 전쟁 주장자들의 기세를 꺾지 못하고 있다. 이라크를 기어코 공격하려는 집착이 무엇 때문인지, 이들의 집요함은 그것이 미국 내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확산시키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를 상대로 본격적인 전쟁을 벌일 경우, 중동산 원유의 공급에 차질을 줌으로써 세계 경제위기를 초래 할 뿐 아니라 그들의 우방국들에게 직접. 간접의 개입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어 그 누구보다 우리를 긴장시키고 있다.

 결국 9.11테러는 그 무모함과 잔인성만 노출했을 뿐 아무런 목표도 달성 못한 실패로 끝났으며 미국의 대 테러전쟁 역시 인류에 대한 테러의 위협을 감소시키는데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전쟁 수행 과정에서 미국의 일방주의가 더욱 강화됨으로써 새로운 국제적 마찰을 불러일으켰을 뿐이다. 이제 미국은 테러라는 절망적 투쟁의 원인에 눈을 돌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는 원칙론에 귀 기울 줄 아는 성숙함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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