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의식은 과거 한국인의 의식구조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였다. '엽전'이란 말은 이러한 한국인의 자기비하와 패배주의의 산물이라 한다. 이러한 열등의식은 중국 중심의 아시아 역사에서 비롯되어, 일제 식민지 시절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점점 커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빠른 경제성장과 함께 뿌리깊게 박혀 있던 열등감과 패배의식은 점차 사라지고, 긍지와 자신감이 그 자리를 대신해 가고 있다. 외국에 나가보면 한국과 한국인의 달라진 위상을 새삼 실감할 수 있다.

전세계 220여개의 국가들 중 국토면적은 세계 107위, 인구 수 세계 25위에 불과한 우리나라가 국가 전체의 부를 나타내는 국내총생산액 (GDP)은 세계 12위, 총수출액은 세계 12위, 외환보유고는 세계 4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선박 건조량과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은 각각 세계 1위, 자동차와 조강생산량은 각각 세계 5위를 점하고 있다. 경제발전에 비례하여 스포츠와 문화ㆍ예술, 외교 분야에서도 한국과 한국인의 위상은 엄청나게 상승하였다.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각종 스포츠 선수들과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은 물론이고 UN사무총장, 국제 로타리 총재 등 국제기구의 수장자리에까지도 한국인들이 진출하고 있다. 불과 반세기 만에 세계에서 가장 낙후된 국가에서 경제적 발전과 정치적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하며, 현재의 위치에까지 오른 국가의 주인으로서 우리는 높은 자부심과 긍지를 충분히 가질 만하다. 우리나라 역사상 지금처럼 국력이 강성한 때는 일찍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국가발전의 가속도가 둔화되고 많은 국민이 희망과 자신감을 상실해 가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전세계적인 동반 호황 속에서도 한국의 경제성장은 수년째 잠재성장률을 밑돌고 있으며, GDP순위에서도 2002년 세계 11위에서 2004년 세계 12위로 밀려난 데 이어 2006년도에는 13위로 다시 한 단계 추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금 우리는 모처럼 상승기류를 탄 국가발전의 동력을 잘 유지하여 국민의 자부심과 긍지가 다시 열등의식과 패배주의로 바뀌지 않도록 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있다. 지금의 침체된 국가분위기를 다시 의욕과 활기가 넘치고 신명나는 분위기로 바꾸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금의 현상을 초래한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고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이를 위하여는 소수의 과격파가 조직을 지배하는 풍토를 다수의 선량한 구성원이 조직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바꾸어야 한다. 권한과 권력을 위임 받은 자가 자의대로 몰고 가는 사회를 권한과 권력을 위임한 다수 구성원의 뜻에 따라 끌어 가는 사회로 변화시켜야 한다.

이제 말없는 다수가 제 목소리를 내고 주인의식을 가져야 할 때이다. 나라와 사회의 어른들이 어른 역할을, 지성인이 지성인 역할을 다 해야 한다.

특히 국민들이 국가의 주인이란 의식을 갖고 주인역할을 제대로 하여야 한다. 법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고함과 억지에 밀리는 현상을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될 것이다. 정치인도, 노조원도, 운동권도 이제는 변해야 한다. 다시 한번 위대한 한국인의 저력을 발휘할 때이다.

양승만 건국대 초빙교수 경제학 박사ㆍ서울

(그 옛날 울산토박이들은 태화강을 '태홧강'이라고 발음합니다. 맑고 아름다웠던 그 '태홧강'은 울산사람들에게 마음의 고향입니다. 칼럼 '태홧강'은 울산을 떠나 다른 도시에 살면서도 가슴 한켠에 울산을 품고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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